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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가와세 나오미 감독(2015, 프랑스·독일·일본)

2017-12-08

평범함과 특별함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가와세 나오미 감독(2015, 프랑스·독일·일본)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가와세 나오미 감독(2015, 프랑스·독일·일본)

요리 하면 프랑스가 최고라지만,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은 나라는 단연코 일본이다. ‘남극의 셰프’ ‘카모메 식당’부터 최근의 ‘심야식당’, 그리고 우리 방송의 ‘삼시세끼’를 연상시키는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까지 음식 영화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 많은 음식영화 중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유난히 돋보인다. 달콤한 팥이 든 소박한 음식 ‘도라야키’를 중심으로 한 인생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도라야키를 만들어 파는 ‘센타로’의 가게에 할머니 한 사람이 찾아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한다. 센타로는 거절하지만, ‘도쿠에’ 할머니가 두고 간 단팥 맛에 반해 직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단팥을 만드는 할머니의 태도다. 팥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대하며 연신 말을 건다. 할머니는 팥이 말한 한 멀고 먼 여행에 대해 귀를 기울인다. 팥과 설탕의 만남을 남녀의 맞선에 비유하며 기다려주기도 한다. 만드는 내내 재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정성을 다하는 음식이 맛없을 리가 없다. 바로 명품 단팥이 탄생하는 이유다.

놀라운 단팥 맛으로 센타로의 가게는 손님이 줄을 잇고, 어둡던 센타로의 표정도 조금씩 밝아진다. 하지만 도쿠에 할머니의 가슴 아픈 상처가 드러나고, 동네에는 나쁜 소문이 돌게 된다. 가게는 다시 썰렁해지고 할머니는 가게를 떠나게 되지만, 할머니가 보낸 편지들이 센타로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렇듯 영화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영화도 혼자 보는, 이른바 ‘혼족’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편함을 위해 기꺼이 외로움을 택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은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고, 좋은 사람과 함께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요리를 사랑하거나, 그 요리를 먹는 사람을 사랑하거나.” 이건 프랑스 영화 ‘쉐프’의 대사다. 음식이란 사람을 위한 것임을 새삼 상기시킨다. 일본은 훨씬 이전부터 ‘혼족’이 일반적이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많은 음식 영화 중 이 영화가 돋보이는 이유다.

나의 경우, 맛있는 음식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다. 그래서인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을 보면 유별나단 생각을 한다. 주는 대로 잘 먹어주는 무던한 식구들 덕에, 세월이 흘러도 나의 요리 실력은 별반 늘지 않는다. 요리 솜씨, 살림 솜씨가 뛰어난 주부를 보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요리에 대한 나의 ‘주눅’은 특별한 요리를 만들 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옛날 할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음식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영화 ‘로맨틱 레시피’를 보면 유명 셰프가 향수병에 걸리는 장면이 있다. 바로 ‘집밥’이 그리워서였다. 손님을 위한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어릴 때 늘 먹던 지극히 소박한 음식의 냄새. 그것은 곧 식구들이 함께 어울려 살던 때의 정겨운 ‘사람 냄새’였을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평범한 것,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것들의 가치를 자주 잊고 산다.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주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두리안 스케가와의 원작으로, 일본의 국민배우 기키 기린이 도쿠에 할머니로 나와 역할에 녹아든 명품연기를 선보인다. 외로운 소녀 역의 우치다 가라는 기키 기린의 친손녀라고 한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으로 상영되었으며, 봄날의 벚꽃을 비롯한 사계절의 풍경은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빛낸다.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 듣기 위해 태어났어.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 각자는 모두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라는 도쿠에 할머니의 대사가 마음을 울린다.

평범한 우리는 어쩌면 함께할 때만이 특별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함께 밥 먹고, 함께 웃고, 함께 마음을 나눌 때,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순간이 되는 건지 모른다. 오래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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