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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토요일&] 바쁜 현대인 틈새시간 노린 ‘24시간 영업’

2017-12-16

새벽 5시 파마하고 서울 친구 결혼식 참석…서점선 밤샘 힐링독서

20171216
동물병원, 피트니스센터, 외식업체도 영업시간 고정관념을 깨고 ‘24시’ 키워드로 운영에 나서고 있다.

“여가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하는 현대인에겐 밤 늦게까지 운영하는 생활필수업종은 오아시스와 같죠. 서울, 수도권 지역은 이미 ‘24시’라는 키워드 없이는 고객을 끌어모을 수 없는 구조로 시장이 정착됐어요.” 영업시간을 파괴한 ‘24시간 영업’이 지역에서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바쁜 현대인의 소중한 틈새 시간을 노린 전략으로 소비자도 만족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기 불황 속 차별화 시도

지난 6일 경산시 영남대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와이쿠잉헤어’는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거울 앞에 앉은 고객 2명의 머리를 손질하느라 디자이너와 스태프가 바쁘게 움직였다.

염색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지연씨(28)는 “평소 오후 8시쯤 퇴근하는 경우가 잦아 헤어숍은 주말에 찾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야간 헤어숍을 이용하면서부터 휴일에 여유가 더 생겼다”고 만족해했다.

와이쿠잉헤어 구동규 대표(34)는 서울에서 8년간 헤어숍에 근무하면서 24시간 영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서울·수도권에선 심야시간대 헤어숍을 찾는 이가 많아 이미 보편화된 운영방식이다.

구 대표는 “경기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된 영업전략으로 보면 된다. 직장인과 젊은이가 많은 대학가 주변에서도 분명히 성공할 것이란 판단으로 올해 초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 대표도 처음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문을 열고 한달여간 오후 8시 이후론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많은 지인이 ‘그 시간에 손님이 있냐’며 걱정했다.

이에 구 대표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이후 한두명이 찾기 시작하더니 입소문을 타면서 급속하게 고객이 늘었다. 대학교 앞이지만 야간 이용고객은 대학생보다 직장인이 더 많았다.

구 대표는 “예약을 잡고 퇴근 후 찾는 직장인이 많다. 구미, 칠곡 등지에서도 찾아올 정도”라며 “밤에 주차하기도 편리하고 디자이너의 설명을 들으며 여유롭게 서비스 받을 수 있어 한 번 찾은 고객은 지속적으로 야간시간대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편이 퇴근하고서야 겨우 갓난아이를 맡기고 찾아온 아기 엄마도 있었다. 새벽 5시에 방문해 파마를 하고 곧바로 서울 친구 결혼식으로 떠난 여성 고객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낮 손님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와이쿠잉헤어는 최근 밤 손님 비중이 낮 손님에 버금가는 추세다. 구 대표는 “초기에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한번 소문이 퍼지니 찾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3~4년 안에 영업시간을 늘리는 헤어숍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퇴근 이후 힐링 공간으로

서점도 야간영업에 동참하고 있다. 기존 오후 7시 전후로 문을 닫던 서점이 영업시간 타파 전략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 북구 칠성동에 자리한 ‘차방책방’은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카페도 함께 운영해 늦은 시간에도 이웃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부담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방책방은 자매 이재은씨(30), 이재진씨(27)가 운영한다. 낮에는 회사일 등으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이 저녁에 이곳을 찾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야간책방을 열었다.


서울·수도권선 이미 보편화된 심야 헤어숍
예약 잡고 퇴근 후 찾는 직장인 손님 많아
입소문 나면서 밤 손님 비중이 낮에 버금가

대구 칠성동 ‘차방책방’ 조명에 텐트 설치
마음껏 책 읽다 졸리면 잠자는 이색 이벤트

헬스장·동물병원·네일숍도 24시영업 나서



이재은씨는 “퇴근 후 찾는 손님이 늦게까지 영업하는 것에 무척 고마워할 때 기분이 좋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여유롭게 책에 집중하는 손님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말했다.

‘더 늦게까지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단골손님의 제안으로 지난달 3일엔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새벽에 책방’을 진행하기도 했다. ‘잠 안 오는 늦가을 밤,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책을 읽자’는 이색 이벤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책방에 아늑한 조명과 텐트 3동을 설치해 마음껏 책을 읽다 졸리면 잠을 청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이씨는 “넓지 않은 공간이라 30여명으로 제한했는데, 신청자가 넘쳐 일일이 마감됐음을 알리느라 애를 먹었다”며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고 싶어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도 ‘새벽에 책방’과 같은 심야 이벤트를 종종 열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손님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텐트를 더 많이 구비하고, 지역 뮤지션을 초청해 공연을 펼치는 등 콘텐츠도 가미하기로 했다.

이씨는 “책방 특성상 일시적인 방문과 단발적인 소비패턴이 나타나기 쉬운데, 이런 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찾는 손님도 늘고, 점차 사라져가는 동네 책방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야시간 전용 회원권도

문을 연 지 1년 남짓 된 ‘하이파이브짐’(북구 칠성동)은 평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피트니스센터다.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후 8시까지 쉬지않고 문을 열어놓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피트니스센터의 일반적인 피크타임대는 오후 8~9시. 하이파이브짐도 월~화요일은 이 시간대에 인원체크가 어려울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하지만 24시간 운영으로 인해 이 같은 피크타임대도 연장되고, 회원을 분산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오수창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트레이너가 없다. 때문에 헬스 기구마다 QR코드를 붙여 회원들이 올바른 사용방법과 운동횟수 등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심야시간대에만 찾는 이들을 위해 스페셜 회원권도 마련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으로, 기존 회원권보다 월 요금이 최대 9만원(6개월 기준) 저렴하다. 오 대표는 “24시 헬스장이라는 호기심으로 찾았다가, 눈치 볼 필요없이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크게 만족하는 고객이 많다”며 “유지비용 등 초기엔 걱정도 됐지만, 막상 해보니 장점이 훨씬 많다. 대구에도 최근 24시 열풍이 부는 분위기여서 홍보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이미 활황

국밥, 감자탕, 해장국 식당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24시간 영업’에 나서고 있다. 예전에는 술 마신 뒤 해장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심야시간에도 가족의 방문이 심심찮은 편이다.

수성구 사월동에서 24시간 해장국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몇 년새 24시간 영업하는 가게가 우후죽순 늘었다”며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화요리집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체인브랜드가 크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마차이짬뽕을 비롯해 수성못 인근 신신반점, 짬뽕지존 등이 손꼽힌다. 또 최근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롯데리아에 이어 피자헛도 수성점, 송현점, 성서계명대점 등을 통해 밤 11시까지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외에도 ‘24시’ 열풍은 동물병원, 네일숍 등 다양한 업종에서 확대되고 있다. 달서구 진천동 본동물메디컬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반 진료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응급 진료를 본다.

글·사진=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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