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 새해 안심하고 안전하게 지냈으면…”
대구·경북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 살고 있는 이병창입니다. 많은 분께 글로 인사드리려니 쑥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저는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나 세살 때 망천리로 온 후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습니다. 우리 마을은 15년 전만 해도 동(洞)제사를 지냈을 정도로 평온한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15일이지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큰 지진이 망천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흥해읍 일대가 초토화됐습니다. 주민들은 지진의 공포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포항에서 진동을 느끼긴 했습니다만 크게 동요하진 않았습니다. 옆집 일처럼 생각했지요. 아마 많은 대구시민, 경북 타 지역민들도 여전히 지진에 대해 무감각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피해를 입거나 이웃이 겪는 피해를 보지는 못했으니까요.
지진이 나던 날 저는 마을 게이트볼장에 있었습니다. “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중엔 게이트볼 채를 잡고 있다가 넘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앞집의 기와가 우수수 떨어졌고 눈앞에 보이던 8층짜리 건물은 45도 정도 기울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큰 지진을 겪기 전까지는 지진이 나면 땅만 흔들리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직접 느껴보니 ‘지진만큼 무서운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6·25전쟁 때보다 더 겁이 났습니다.
지진 이후 흥해읍 주민들은 큰 경각심을 안고 살아갑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지진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대피요령을 떠올립니다. 지진이라는 것에 당부가 있겠습니까마는, 될 수 있는 한 긴장을 풀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대비책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지진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지 말고 대피요령을 외우고 행동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국가와 지자체에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포항 지진으로 북구 일대에는 안 흔들린 집이 없었습니다. 힘이 들겠지만 가가호호 안전점검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 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우리 대구·경북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뭄으로 농사도 쉽지 않았고 연말엔 지진 때문에 큰 피해도 입었습니다. 무술년 새해에는 우리 지역민들이 그저 안심하고 안전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여러분의 가정에 늘 평안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2018년 1월2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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