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락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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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도시락은= 도시락은 집을 떠나서 일을 하러 가거나 여행, 소풍 등을 떠날 때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식사를 의미한다. 보통 휴대하기 편하게 만든 용기에 밥과 몇 가지 반찬으로 도시락을 장만한다. 현재와 같은 도시락이 나오기 전 우리 선조들은 농사 등을 짓기 위해 집 밖에 나간 이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줄 때 공고상(公故床)에 음식을 차려 머리에 이고 날라다 주었다. 공고상은 야외나 관청에서 식사를 할 때 음식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상을 가리킨다.
여행·소풍 떠날 때 간단하게 장만
학교급식 보편화이전 학생 필수품
‘가성비 갑’ 직장인 사이 다시 인기
웰빙시대 친환경 반찬가게도 급증
혼밥족 증가따라 다양한 메뉴 출시
한우·장어 등 프리미엄제품도 판매
생활상의 변화로 점점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나무, 사기 등으로 둥글거나 네모나게 여러 층으로 만든 찬합에 밥과 반찬 등을 담아서 나르거나 휴대해 먹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더 간편하게 만든 것이 도시락이며 처음에는 고리버들이나 대오리로 길고 둥글게 엮은 작은 고리짝을 만들어 사용했다. 얇은 나무로 상자처럼 만들기도 했다. 이렇기 때문에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마른반찬 위주로 도시락을 쌌고 상할 것을 염려해 간을 좀 세게 해서 반찬을 마련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도시락= 한국에서 도시락 하면 학창시절을 먼저 떠올린다. 학교급식이 보편화되기 전인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소풍이나 운동회 때도 필참해야 할 것이 도시락이었다.
하지만 도시락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 직장인들이 많이 먹는다. 개인주의가 강한 일본에서는 직장에서도 대부분 각자 먹는다. 이에 비해 같이 먹는 것을 중요시하는 한국에서는 도시락도 삼삼오오 같이 먹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도 좀 특색이 있다. 미국에서는 공장노동자들이 일하면서 먹을 식사를 집에서 싸 간 것이 시초인데 초창기에는 나무상자에 싸 가다가 19세기 중반부터 업체들에서 도시락상자를 철제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직 점심거리만 챙겨가는 게 일반적이었으며 샌드위치나 도넛에 과일 1~2조각 등 단출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도시락은 집에서 먹는 한 끼 식사를 그대로 담아가서 좀 더 풍성한 식사를 즐겼다.
◇직장인들에게 인기 끄는 도시락= 학창시절,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도시락을 먹었던 세대들은 도시락에 물려서 ‘도’ 자만 들어도 싫다는 이들이 있지만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도시락이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락을 싸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식당의 음식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데 도시락을 이용하면 그 비용이 절감된다. 늘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 도시락 식사는 밥을 먹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이동시간, 식사 대기시간 등을 줄여주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주로 여성이 도시락을 많이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남성도 도시락을 즐기는 추세다.
도시락은 경제적, 시간적인 장점이 있지만 매일 반찬을 바꿔가며 만들어 싸 가야 되는 번거로움도 있다. 특히 여름에는 음식이 상할 위험도 있다. 이런 불편함을 도시락 계모임을 통해 해결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계모임을 통해 매달 일정액을 모은 뒤 이 돈으로 반찬가게 등에서 반찬과 국을 구매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밥만 싸오는 방식이다. 어떤 직장에서는 전기밥솥까지 갖춰놓고 갓 지은 밥으로 식사를 한다.
회사원 이미정씨(27)는 “회사에서 동료 5명과 점심계모임을 만들었다. 매달 3만원씩 돈을 내서 반찬과 국, 과일 등을 구입해 회사 냉장고에 넣어둔다. 반찬 등을 구입하는 일은 계원들이 한 달씩 돌아가면서 한다”며 “계원들이 각기 사는 동네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반찬이라도 맛이 조금씩 다르다. 최근에는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거나 친환경 재료 등으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도시락의 다양화=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는 것보다는 편의점, 마트 등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들 도시락의 경우 3천~4천원대로 가격대가 비교적 싼 것부터 1만원 이상의 고급도시락까지 다양하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이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편의점 도시락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이 즐겨 찾는 품목이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편의점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데워 먹으면 10분 안에 식사를 끝낼 수 있어 학업에 바쁜 학생들의 간단히 한 끼 때우기용 식사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주택가까지 침투하면서 혼밥족으로까지 판매층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장어·한우 등 고급식재료를 이용한 프리미엄 도시락을 선보여 직장인들의 식사메뉴로도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내건 도시락들이 잇따라 편의점에 시판된 것도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 상승에 부채질을 했다. 유명인 도시락은 DJ DOC의 ‘김창렬 도시락’을 시작으로 ‘김혜자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 ‘혜리 도시락’이 출시되면서 편의점업계의 효자상품으로 우뚝 올라섰다 . 특히 CU에서 2015년 선보인 백종원 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편의점 역사 27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을 매출 1위 상품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회사원 박남희씨(36)는 “직장에서 점심때 도시락을 먹는데 매일 싸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주일에 1~2회는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한다. 주로 회사 옆 편의점에서 구입하지만 편의점마다 도시락 메뉴가 조금씩 달라서 어떨 때는 다른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 도움말=전통음식점 ‘다우산방’,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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