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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리포트] 소 취하와 무서운 인감증명서

2018-03-23
20180323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전 국회의원이자 유명 변호사인 A씨는 문서위조죄로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돼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1회 공판기일을 맞았다. 자신과 불륜관계로 의심받던 유명 여성 블로거 B씨의 남편 C씨로부터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당하자, A씨는 B씨와 공모해 C씨 명의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위조하고, 소 취하서에 C씨의 도장을 임의로 찍어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소 취하는 당사자 진의를 왜곡해 남편 C씨의 청구권 행사에 장애를 초래하고, 후소(後訴) 제기의 부담을 높이는 점에서 위법하고, 법원을 속인 점에서 엄중하다. C씨는 이후 A씨를 상대로 4천만원의 배상 인용판결을 받았다고 하니, C씨가 소 취하의 의사를 갖고 아내 B씨에게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교부해 주었을 리는 없다. B씨가 같은 죄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으므로, A씨는 공모관계를 부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소 취하의 법적 효과와 불이익은 무엇이며, 인감증명서와 관련한 범죄는 얼마나 흔히 일어나는가.

소 취하는 제기된 소의 전부·일부를 철회하는 원고의 단독적 소송행위다(민사소송법 제267조 제1항). 이로써 소송계속은 소급해 소멸하고, 소송은 종료된다. 다만 일단 소가 제기된 뒤에는 피고의 본안재판 받을 권리(기각판결 받을 권리)를 고려해 피고 동의가 있어야만 소가 종료되는데, 실무상 이의하는 피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소 취하서 제출은 그만큼 중요하고, 진의에 기초해야 한다. 소 취하를 했다고 해서 다시 후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소 취하가 실체법상 청구권의 포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소를 취하했다는 것은 원고 자신의 주장책임과 증명책임에 자신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내보인 것이 되므로 후소에서 승소하는 데에 장애를 초래한다. 또 소를 반복적으로 제기한 후 취하를 거듭하는 행위는 상대로 하여금 과도한 방어비용을 지출하게 하므로 마치 소가 상대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점에서 거듭된 소권 행사는 신의칙 위배로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종국판결선고 후 소 취하는 재소금지효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인감증명서는 본인증명을 위해 거래계에서 널리 쓰여지는 공문서다. 본인이 직접 법률행위를 할 수 없을 땐 인감증명서 발급 단계부터 위임하는 경우가 있고, 이 때가 인감증명서 사용 폐해가 가장 큰 경우다. 인감증명서는 처분행위시 매도확인용으로 사용된다. 매도인의 진정한 매각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쉽게 인감증명서만 믿고 남의 물건에 값을 치르면 훗날 무권대리로 판명돼 계약과 등기는 무효에 직면한다. 이 경우 공인중개사도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따라서 타인의 권리를 넘겨받거나 소멸시키는 법률행위의 상대방은 항상 인감증명서가 본인발급인지를 살피고, 위조된 위임장으로 대리발급된 인감증명서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만약 의심이 들면 본인과 통화하는 등 매각 진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대금 수령계좌가 매도인 본인의 것이 아니라면 대리인의 사기행각을 의심해야 뒤탈이 없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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