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짭짭…국수 오디세이
매년 소서(小暑·올해는 7월7일)쯤이면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요즘처럼 비가 잦은 날에는 국수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일까. 비 오는 날엔 평소보다 국수의 매출이 8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 했다. 내친김에 막걸리까지 한잔 먼저 걸치면 비 때문에 우울해진 기분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우리 몸은 뭔가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단순히 식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 몸은 결핍된 그 뭔가를 찾는 것이다. 다시 말해 꼭 필요한 영양분이나 칼로리를 채우려 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의 자동조절능력이랄 수 있다. 비가 올 때는 습도 역시 많이 올라간다. 당연히 불쾌지수도 높다. 몸에서는 열이 많이 발생한다. 밀가루 음식은 열을 낮춰 몸을 식혀준다. 밀가루 단백질의 주성분인 비타민B와 아미노산의 세로토닌 성분은 탄수화물 대사분비를 증대시켜 기분을 좋게 한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면 마음도 가라앉고 우울해진다. 몸의 혈당치까지 낮아진다. 자연스럽게 전분이 함유된 음식이 당기게 된다. 전분이 몸에 흡수되면 당으로 변한다. 비 오는 날 나도 모르게 국수가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이유다. 이번 주에는 자기만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지역의 국수 명가 몇 곳을 소개해 본다.▶김태희 옛날손국수 (053)616-0767
새우·오만둥이·홍합 얼큰한 갱시기 해물국
칼제비 버전…아삭한 콩나물·달달한 감칠맛
‘김태희 옛날손국수’의 해물 국수. |
면은 직접 치대고 숙성시켜 손으로 썰어낸다. 울퉁불퉁하지만 그래서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 먹는 내내 면이 적당한 탱탱함을 유지한다. 잘 익은 열무김치에 육수를 보탠다. 살짝 얼어 있는 열무김치에 소면을 말아 먹으면 동치미국수 같은 맛이 전해진다. 첫맛은 무덤덤하지만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콩국수도 별미다. 삶은 돼지고기도 국수 못지않은 인기 메뉴. 돼지고기엔 적당한 지방이 스며들어가 있어 촉촉하면서 탄력이 느껴진다. 달성군 옥포면 옥포로 644-2.
▶달팽이식당 010-3511-1233
메밀 함량 많아 차지고 좀더 부드러운 면발
현지 소바집 느낌…달달하고 짭조름한 쓰유
이 집은 오가와 이토가 지은 ‘달팽이 식당’이란 책에 나오는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작고 아담한 식당이다. 일본 현지 소바집 느낌을 준다. 이 집 메밀국수는 뜨거운 국물이나 차가운 육수에 간장, 무, 파, 고추냉이 등을 넣고 적셔 먹는 ‘소바키리’ 스타일이다. 모리소바도 맛있는 집이다. 가다랑어를 우려내고 맛술, 간장 등으로 맛을 낸 진한 쓰유는 달달하면서 짭조름하다. 모리소바는 첫맛은 짜고 먹을수록 맛이 옅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 집은 면을 다 먹을 때까지 똑같은 맛을 유지한다. 메밀 함량이 많아 차지고 좀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한우 채끝 등심에 캄파뉴 빵을 곁들이는 샐러드도 있다. 독일맥주, 알코올도수가 높고 향이 진한 벨기에 맥주 등도 있다. 아무튼 테이블 3개 정도의 정말 달팽이 속 같은 재미있는 곳이다. 중구 중앙대로 81길46.
▶동부포차 (053)752-1258
비빔국수 입소문…짜지 않아 술안주로도 제격
도톰한 중면, 씹히는 맛 풍부하고 중독성 강해
오후 5시30분부터 문을 여는, 골목 어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실내포장마차다. 비빔국수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일단 양이 푸짐하다. 별로 짜지 않아 술안주로도 좋다. 달달하지만 고추장 특유의 텁텁함은 없다. 새콤한듯 하면서도 상큼하다. 입맛 없을 때 입맛을 살려주는 맛이다. 그래서 중독성도 강하다. 삶은 면을 재빨리 찬물로 씻어서 면발이 무척 탱탱하다. 도톰한 중면을 써서 소면보다 씹힘성이 더 풍성하다. 양념은 겉돌지 않는다. 면과 침 사이를 양념이 파고든다. 맛의 균형이 잡힌다. 포장마차지만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찾는 사람이 더 많다. 동구 효신로 8-1.
▶텐카이이치멘 (053)763-5004
진한 육수 우려낸 일본보다 더 일본 같은 라면
즉석에서 뽑아낸 생면…먹는내내 탱글함 유지
일본된장과 한국된장을 혼합해 만든 ‘미소라면’은 느끼함이 없이 구수하다. 국물과 어우러지는 면발이 감칠맛으로 남는다. 라멘은 증숙시킨 후 기름에 튀긴 면에 분말스프를 넣는 우리 라면과 다르다. 즉석에서 뽑아낸 생면이다. 반죽·숙성·제조까지가 전자동이다. 일본산 제면기가 있는 제면실까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날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숙성시간을 달리한다. 그래서인지 먹는 내내 퍼지지 않고 면발이 탱글함을 그대로 유지한다. 라멘은 후루룩 소리를 내고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다. 먼저 양념된 돼지고기인 차슈와 삶은 계란을 양념에 조린 아지다마, 그리고 숙주나물은 면 아래로 살짝 숨긴다. 국물부터 먼저 맛을 본다. 기호에 따라 고추기름이나 화끈한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를 넣어도 좋다. 냄새에 민감하다면 후추도 약간 넣어준다. 으깬 마늘을 조금 넣으면 감칠맛도 증폭된다. 수성구 신천동로 6.
▶브이비엔 (053)965-4499
곁들여진 양념으로 농도·매운맛 조절
새콤달콤한 볶음 쌀국수‘팟타이’별미
새콤·달콤·짭짤한 볶음 쌀국수인 ‘팟타이’도 별미다. 새콤달콤한 라임, 베트남 기본 조미료인 느억맘을 넣은 차가운 국물에 적셔 먹는 ‘분짜’도 이색적인 맛이다. 모리소바와 먹는 방법이 비슷하다. 숯불향을 입힌 돼지고기가 분짜에 곁들여진다. 국수 한 그릇만으로도 든든하다.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먹으면 맛이 더 풍성해진다. 동구 이노밸리로 322 비젼스퀘어2.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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