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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제주도 난민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2018-06-30
[토요단상] 제주도 난민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올해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 561명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여론이 시끄럽다. 터무니없는 오해와 우려에 근거해 그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과 인권 및 인도주의의 기치에 따라 긍정적인 처우를 요구하는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항 몇 가지를 확인해 두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난민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유엔난민센터(UNHCR)가 보고하듯이 국내외적으로 강제 이주된 사람들, 즉 보호대상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6천950만명에 이른다. 이 중 해외로 밀려나 난민이 된 사람이 2천540만명이다. 2초에 한 명꼴로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 되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으니 난민 문제가 우리나라에 불거진 것도 필연적이라 할 만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1993년에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부터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난민 신청자는 총 3만2천733명이다. 2017년 기준으로 난민 심사가 종료된 자가 1만9천424명인데 이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자는 792명으로 4.08%에 해당한다.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인도적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1천474명으로 7.59%다. 이 둘을 합친 것이 난민 보호율인데 11.67%이다. 이 수치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2013년 기준 전 세계의 난민 총인정률(TRR)이 44%에 이른다는 사실(UNHCR)에 비춰보면 답은 자명하다. 우리가 그토록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에 비춰볼 때 매우 부끄러운 수치인 것이다.

다시 법무부 자료에 따를 때 우리나라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사람들의 사유는 종교 25%, 정치적 의견 21.7%,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11.1%의 순서를 보인다. 반면 난민 인정자 사유를 보면 가족결합 32%, 정치적 의견 30%, 인종 22%의 순서다. 가족결합이 높고 신청 사유 중 맨 앞에 있는 종교 문제는 제대로 인정되지 않은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난민 심사가 원리적인 인권 보호와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인권 차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문제가 더 있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의 상태가 ‘인도적’이라는 말이 부끄러운 수준에 그쳐 있고 난민 신청자에 대한 처우는 사실상 범죄인 취급까지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의 경우 ‘임시 체류형(G-1)’ 비자를 받아 국내 체류만 가능할 뿐 취업을 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외의 모든 사회적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내국인이 아니니까 그러한 제한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세울 만한 조치는 못 된다. 난민 희망자의 상황은 어떠한가. 출입국관리법 63조가 무기한 구금을 용인하고 있어 시리아 출신 난민들이 창문 하나 없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무려 8개월간 갇혀 있기도 했고, 청주와 화성의 외국인 보호소나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보호실에 갇혀 있는 난민 신청자의 상황이 사실상 교도소에 수용된 죄수나 다름없다 할 정도로 열악한 것은 인권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제주도 사태의 경우도 문제가 심각하다. 예멘인들에 대해 4월30일에 출도 제한 조치를 내린 것은 난민협약에서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조치의 법적 근거인 출입국관리법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것인지 재고해야 한다. 2018년 6월1일부터 제주도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에 예멘을 포함시킨 조치도 전 세계를 향해서 우리나라의 반난민 조치를 공표한 셈이 되는 것이어서 크게 아쉽다. 제주의 난민심사관이 단 두 명에 불과해 문제가 되는 사람들의 심사에만 6개월이 걸릴 상황이라는데, 출도 제한을 풀고 심사관을 확충해 조속히 심사를 마칠 일이다. 난민 문제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인 까닭이다. 심사 과정과 결과가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은 것이 되기를 바람은 물론이다. 새로운 정부답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길 희망한다.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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