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의혹 속 극단적 선택…“돈 받았지만 대가성 없어” 유서
정의당 “특검 목적 벗어난 여론몰이식 표적수사 비극 결말 초래”
23일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
진보 정치의 대표적인 인물인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 의원은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특검의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쯤 이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노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노 의원이 남긴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4천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어떤 청탁도 대가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나중에 알았지만 자발적인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누구를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 부끄럽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노 의원은 “당의 앞날에 큰 누를 끼쳤다. 당을 아껴주시는 많은 이들에게 죄송하고 잘못이 크며, 책임이 무겁다”면서 “법정형과 당의 징계로는 부족하다”는 글도 남겼다. 그는 당원들을 지칭하며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며 국민들에겐 “죄송하다. 모든 것은 저를 벌해달라”고 했다.
정치권은 이날 노 의원의 비보를 접한 뒤 하루 종일 충격에 휩싸였다. 정의당은 최석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여론몰이식으로 진행된 수사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드루킹 특검은 애초 특검의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표적수사를 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의당은 노 의원의 장례식을 정의당장(葬)으로 5일간 치르기로 했으며, 상임장례위원장은 이정미 대표가 맡기로 했다.
한편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공여자 측인 드루킹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드루킹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수사가 초기패턴과 다르게 깊이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본질적인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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