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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의료화’ 현대사회…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8-09-15

탈모·男 갱년기·주의력결핍장애 등
과거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증상들
현대사회에는 의학적인 문제로 거론
이익집단의 마케팅 결과물은 아닐까

‘과잉 의료화’ 현대사회…누구를 위한 것인가
‘과잉 의료화’ 현대사회…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피터 콘래드 지음/ 정준호 옮김/ 후마니타스/ 384쪽/ 1만8천원

병원 가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국민은 1인당 1년에 2.8일 입원하고, 17.4일 외래 진료를 받는다. 보험 가입에도 적극적이다.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 하나 가입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드물다. 201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국민건강보험 실가입자보다 260만명 정도 많다. 나의 아픈 몸을 챙기는 것 또한 늘상 있는 일이다.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의사와 늘 만난다. 각 TV 채널마다 빠짐없이 편성되어 있는 게 건강 프로그램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모든 것이 병리화되고, 모든 것이 의료화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의학적으로 정의된 삶의 문제들이 늘어난 것이 새로운 종류의 의학적 문제가 유행하게 되었다는 의미일까. 아니라면 의학이 이미 있었던 문제를 잘 찾아내고, 효과적으로 치료하게 된 걸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삶의 온갖 문제들이 의학적 진단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책은 의료화(medicalization)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의료화는 기존에 의학적 문제로 간주하지 않았던 증상들이 질병·질환과 같은 의학적 문제로 다뤄지고 치료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의료화 과정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며, 그 사회적 결과 또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수백 편에 이르는 학술논문을 내며 연구해왔다. 이번 책은 그가 30여 년간 연구해온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의학을 다룬 책이지만 어렵게 읽히진 않는다. 저자가 주로 사례 위주로 연구를 해왔고, 책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비만, 수면, 중독,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과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의학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의료화의 개념과 의료화를 둘러싼 논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탈모, 아동 및 성인 ADHD(주의력결핍장애), 성형수술 등 오늘날 의료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게이·레즈비언 운동이 동성애의 탈의료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남성에 대한 의료화다. 출산·월경전증후군·갱년기 등 여성의 의료화에 대한 연구는 과거에 많았지만, 남성에 대한 의료화는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저자는 “이전의 논의에 반박하려는 건 아니지만 남성에 대한 의료화가 증가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의료화와 젠더가 가지는 관계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히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의 갱년기·발기부전·탈모 등의 신체 증상을 사례로 보여준다. 남성의 노화를 의료화하는데 남성성을 높여줄 수 있는 물질로 테스토스테론이 언급되는데는 셰링·오레톤·시바 등 제약회사들이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있었다. 탈모 또한 임상 시험에서 얻은 우연한 결과물에 호응해준 소비자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과 허가사항 변경, 제약회사들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 등 관련된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문제 의료화가 남성성과 젊음을 잃지 않겠다는 남성의 욕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노화하는 남성의 몸에 대한 의료화는 남성들로 하여금 남성성의 저하를 나타내는 조짐들에 대한 의학적 해법을 찾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ADHD의 의료화 또한 저자의 오랜 관심사다. 그는 이번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한국의 의료화 사례 중 눈길을 끄는 것으로 ADHD를 들었다. 그는 성인 ADHD가 늘어나면서 성인들이 의사를 찾아가 자신을 치료하게 된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의 출현 등 사회적 배경을 꼽는다. 그런 이유 외에 궁극적으로는 성과의 문제가 성인 ADHD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그는 “ADHD 진단은 이들의 저성과에 의학적 설명을 제공하고 지난 행동들을 평가할 수 있게 해주며, 문제의 책임을 ADHD에 전가해 자책할 일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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