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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독단의 잠

2018-12-03
[문화산책] 독단의 잠
이진명 <대구미술관 학예실장>

철학자 칸트는 ‘독단의 잠(dogmatic slumbers)’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젊은 시절 선배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교재로 수업을 하다가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저서를 읽고 독단의 잠에서 깨어났다고 고백한다. 데이비드 흄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많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철학자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구상할 때 데이비드 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 역시 이 철학자의 영향을 받았다. 심지어 독일 관념론의 대가 쇼펜하우어도 “데이비드 흄의 책 한 장이 헤겔이나 슐라이어마허의 책을 다 합쳐 놓은 것보다 훨씬 배울 것 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독단의 잠’에 들어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옳고 나와 다른 생각과 느낌은 그르다고 여긴다. 좌파들도 존경하고 따른다는 보수주의 철학자 로저 스크러튼은 데이비드 흄의 전통을 지킨다. 그는 독단의 잠에 빠져 있는, 가장 위험한 사람들을 세 단어로 묘사했다. 모두 유명한 영어 욕설과 관련 있는 알파벳 ‘F’로 시작한다. ‘바보들(Fools), 사기꾼(Frauds), 선동가(Firebrands)’가 그것이다. 이 세 그룹은 사실 신좌파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민족·애국보다 세계화를 중시한다. 사회적 안정보다 비즈니스를 중시한다. 무엇보다 신성을 거부하거나 그에 대한 논의를 회피한다. 위르겐 하버마스, 게오르그 루카치, 장 폴 사르트르, 자크 데리다, 슬라보예 지젝이 대표적 좌파 사상가다. 스크러튼은 그들의 어젠다를 정밀하게 타격해 무너뜨린다. 그러면서 결코 조롱이나 비방은 가하지 않는다. 스크러튼에 의하면 세계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는 인간이 진보하기 위해서 내딛는 하찮은 발판이 아니다. 신과 자연, 동물, 숲, 공기, 물, 햇빛, 자유, 안정, 평화 이 모든 것은 각자 지대한 가치를 지니기에 진심으로 살피고 지켜야 한다.

문화예술계는 더욱 심하고 두드러진 독단의 잠에 빠져 있다. 상대 진영을 허물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심지어 자기 계파와도 경쟁한다. 그런데 예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다. 예술계에서 모두 자유를 얻으려면 내가 진정으로 매력적이어야 하고 또 상대방의 매력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매력은 독단의 잠을 깨우는 청량한 공기이자 알맹이 굵은 아침 햇살이다. 매력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타인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싹을 틔운다. 모든 그림은 저마다 훌륭한 존재 가치가 있다. 작가를 섣부르게 재단하고 우리 문화를 불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진명 <대구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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