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섬’ 독도, 관리 공백으로 인한 환경 훼손 우려 확산
독도에 설치된 친환경 에너지시설 '태양광 페널'이 조류 배설물로 뒤덮여 있다. 홍준기 기자
국내 언론 최초로 독도(천연기념물 제336호) 현지에서 기름유출 및 토양오염 사실을 확인해 보도(4월15일자 1·13면)한 영남일보가 이번엔 폐기물과 노후 태양광 설비의 장기간 방치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 '청정 섬'이라는 상징성과 달리 현장에서는 부식된 철재와 각종 생활·건설 폐기물, 관리되지 않은 태양광 패널이 뒤섞여 있어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독도 내 일부 구조물 주변과 하부에는 폐가전·폐목재·비닐포대 등 각종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적치돼 있었다. 녹슨 철재에서 흘러나온 붉은 녹물이 토사·쓰레기 등과 뒤엉켜 자생식물 서식지까지 침투한 흔적도 발견됐다. 일부 폐자재는 부식이 심각해 원형을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확보를 위해 설치된 태양광 설비 역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일부 패널은 지면에 고정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고, 표면은 먼지와 조류 배설물로 뒤덮여 발전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구조적 손상이 의심되는 패널들은 사실상 폐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폐패널이 독도경비대 주변에 방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이러한 방치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단순한 미관 훼손을 넘어 실질적인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속 부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토양으로 스며들고, 플라스틱과 잔해가 해양으로 유입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연구에 따르면 노후 태양광 패널이 파손되거나 장기간 열화될 경우 납(Pb), 안티몬(Sb) 등 중금속이 침출수 형태로 용출될 수 있다. 특히 산성 조건에서 납 농도가 ℓ당 수 mg 수준까지 증가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패널 후면 폴리머가 자외선 및 열에 의해 분해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거나, 일부 소재에서 과불화화합물(PFAS) 계열 전구물질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도와 같은 해양환경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염분이 높은 환경은 금속 부식을 촉진하며, 강풍과 비산 입자에 의한 패널 표면 손상이 오염물질 유출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좁은 면적과 낮은 생태계 완충력을 가진 섬의 특성상 오염 축적 속도가 육지보다 빠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도 헬기장 구조물 주변과 하부에 폐가전·폐목재·비닐포대 등 각종 폐기물이 적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정부와 관련 기관은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안전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과 담당자는 "태양광 패널은 밀봉 구조로 제작돼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유해물질 유출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파손되거나 방치된 경우에는 적정한 관리와 처리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환경공단 폐자원사업처 관계자는 "폐태양광 패널은 지정된 재활용·처리 체계를 통해 회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장 방치가 환경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독도 내 관리 책임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점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는다. 경북대 추연식 교수(생명과학부)는 "태양광은 생산단계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수명 종료 이후 관리가 미흡하면 또 다른 오염원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독도처럼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는 설치보다 철거와 회수 체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경찰청 대테러팀 독도경비대 담당자는 "기상 여건 등으로 바지선이 오지 못해 반출을 못하고 있을 뿐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니다"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독도 내 폐기물과 노후 설비에 대한 수거 계획 및 책임 주체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토 수호의 상징인 독도에서 관리 공백이 누적됨에 따라 전수조사와 신속한 폐기물 반출, 노후 설비 정비 등 실효성 있는 환경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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