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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삶의 페르마타

2019-01-03
[문화산책] 삶의 페르마타
정은신<작곡가>

음악용어로 페르마타는 그 음의 길이를 특별히 길게 늘여서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음악의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면서 절정을 향하다가 마침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작곡가들은 페르마타 기호를 그 정점의 음표 위에 적어놓고 그 음을 늘여서 연주할 것을 주문한다.

이를 통해 음악의 극적 긴장감은 더욱 상승하게 된다. 만약 소프라노 가수가 곡의 가장 높은 음에서 이러한 페르마타를 만난다면, 그것은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마치 화살이 활 시위를 떠나기 직전 팽팽한 긴장감의 순간을 지켜보는 것처럼, 청중들은 숨을 죽이고 그 한 음의 페르마타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절정의 페르마타를 마친 음은 이제 긴장을 이완하면서 서서히 하행하고 음악은 다시 익숙했던 편안함을 되찾는다. 청중들도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렇듯 음악에서 페르마타는 극적 긴장감과 그 운명을 함께한다.

또 다른 페르마타의 예가 있다. 편안해 보이는 멜로디의 마지막 음에 페르마타가 붙어있다. 높은 음도 아니고 곡의 절정은 더더욱 아니다. 이 때 연주자는 역시나 그 음을 특별히 길게 늘여서 연주하게 되는데, 이 때의 늘임은 긴장이 아닌 이완에 가깝다. 즉 길게 음을 끌면서 멜로디를 여유있게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다. 청중들도 그 마지막 음의 여운을 느끼면서 음악에 젖어든다.

만약 페르마타 다음에 음악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 때의 페르마타는 다음 소절을 준비하는 휴식인 셈이다. 청중들은 여유있게 늘어난 음을 들으면서 다음 소절을 기다린다.

음악을 오래 하다보니 음악이 삶과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낀다. 무질서해 보이는 삶의 가운데에도 페르마타가 있다. 때로는 이 긴장이 끝날 것 같지 않아 힘이 들지만,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어느새 삶은 새로운 길에 접어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잔잔하고 때로는 지루한 일상이 영원할 것 같아 답답하지만, 어느새 일상은 분주히 다음 소절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음악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러한 긴장과 이완의 순간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 그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다. 다만 음악에 비추어 볼 때, 삶에서도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페르마타는 바로 그러한 긴장과 이완의 중요한 순간마다 배치되는 것이다.

2019년 새해에는 적절한 곳에 페르마타를 배치해보자.

힘이 필요한 순간에 더욱 극적인 페르마타를, 잔잔함이 필요한 순간에는 한층 여유 있는 페르마타를….정은신<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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