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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세계 일주로 돈을 보았다//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갤리온/ 304쪽/ 1만5천원 |
IMF가 추산한 세계 158개국 평균 지하경제 규모는 2015년 기준 27.78%였으며, 한국의 규모는 19.83%였다. 지하경제는 국가단위 생산성 저하와 조세부담의 불공평성을 낳는다. 또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세수가 감소해 공공서비스 제공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지하경제를 다룬 책으로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로 20만 부 이상을 판매한 전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 코너 우드먼의 신작이다. 세계 경제 현장을 몸소 체험하고 공정 무역의 불편한 진실을 밝혀낸 그가 전작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스릴 있는 세 번째 프로젝트 ‘지하경제’로 돌아왔다.
월트디즈니, 월마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연간 수입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인 1조달러가 움직이는 거대 시장인 ‘지하경제’는 평범하지 않다. 마약매매, 매춘, 도박, 사기, 절도와 같은 범죄행위로 자금을 운용한다. 저자는 지하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미끼로 지하경제 시장으로 뛰어든다. 찜통 더위 속 인도 뭄바이에서 자칭 ‘여행 상담사’가 저자에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 납치가 아닙니다. 제가 같이 있잖아요. 제가 선생님 여행 상담사인 걸요.” 빈민가 흙길에 서서 삼겹살 불판처럼 구워지던 택시 안에 갇힌 저자는 뜬금없이 ‘여행 상담료’를 내라는 요구를 받는다. 옆에 있던 여행 상담사는 “그냥 돈 주세요. 그럼 갈 수 있어요”라는 어이없는 말을 던진다. 택시 기사도 한 패고, 자칭 여행 상담사도 한 패이다. 그들이 요구한 상담료는 무려 1천달러. 저자는 흥정 끝에 40달러를 주고 풀려났다.
전직 애널리스트 범죄시장 추적기
“마약·매춘·도박 등으로 자금 운용”
거리의 사기꾼 만나며 실체 알아가
취재 과정서 직접 생명 위협받기도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조장하는 한
이 세계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이처럼 저자는 여행 기간 주사위 도박부터 위조지폐 거래와 같은 거리의 사기꾼들을 주로 만난다. 그들 모두 범죄 기업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지하경제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세계 경제의 일부이며 거대한 산업이다. 세계 노동 인구 절반인 18억명이 암시장에서 일하고 ‘범죄 기업’의 수익은 세계 500대 기업 중 50개 기업 수익 총합을 능가한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일본 범죄 기업의 수익은 1조달러에 달한다.
저자는 취재 과정에서 생명을 직접 위협받는 일도 겪는다. 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그는 약에 취해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 기지로 위기를 넘긴 그는 현금으로 약을 사겠다는 조건을 걸어 담당자로부터 ‘스코폴라민’이란 약을 이용한 범죄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그날 밤 악마를 보았다”고 회상한다. 피해자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도 충격적이다. 보고타에서 만난 여인과 신나게 술을 마시고 무려 5일간 정신을 잃은 동안 가진 것을 모두 잃었다. 장신구와 현금 등은 물론 은행 계좌 2개가 텅 비었고 자택도 털렸다. 피해자가 거리에서 경찰에게 발견됐을 땐 셔츠도 구두도 없이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아르헨티나에서는 위조지폐가 심지어 은행에서도 유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품질이 좋은 위폐는 은행에서 반값에 사 간다고 한다. 미국조차 안전하지 않다. 남부 축제의 도시 뉴올리언스에선 100달러면 무엇이든 구해준다는 사업이 있고, 총기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소매치기의 성지’이고, 영국 버밍엄은 신흥 대마초 시장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멕시코시티는 ‘죽음을 숭배하는 도시’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저자는 마침내 지하경제에 숨은 그들의 진짜 얼굴을 밝혀낸다. 지하경제에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이 있고, 사람을 돈으로밖에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전 세계에 걸쳐 불법 경제 활동을 하는 목적은 단 하나 ‘돈’ 때문이며,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조장하는 한 절대 지하경제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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