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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시인과 의사

2019-03-29
20190329
김종필<시인>

아내가 동네 병의원 의사들이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체내 염증으로 한 달여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지금은 모 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동안 아내와 다소 규모가 큰 세 군데의 동네 정형외과 병의원을 전전하면서 보호자의 입장에서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았다. 지극히 주관적 생각이겠지만 중년의 나보다 젊은 의사들은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돈벌이 기계처럼 보일 뿐 평범한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세 번째 치료를 한 정형외과 의사는 일주일 입원해 있는 동안에 최신 영상 장비를 통한 검사를 했음에도 증상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짐작으로 실험적 통증 억제 주사와 일반 물리치료를 지속할 뿐, 마음까지 지친 아내가 왜 통증이 나아지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딱히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서도 무조건 믿고 따르라며 그의 아내가 원장인 내분비내과 치료를 권유하였다.

그 말을 전해 듣고 몹시 화가 났지만 그에게 반론을 제기할 의학지식이 없으므로 하고픈 말을 차마 못하고 기간 중 진료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 외래로 초진을 받게 되었다. 처음 진료실에 들어서는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와 의사의 표정과 말투에서 오랜 경험이 느껴졌고, 가져 간 소견서와 영상 자료, 각종 검사 기록을 확인하고는 동네 병의원에서 무엇 때문에 원인을 밝히지 못했는지, 향후 어떻게 치료를 진행할 것인지를 충분히 설명한 후 나을 수 있다며 분명한 어조로 처방을 해주었다. 아내는 통증을 잊고 웃을 만큼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가 치유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확인이었는데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과 시설, 장비가 좋아서가 아니라 현행 의료보험체계에서 일차적으로 환자 진료를 하는 동네 병의원 의사를 비롯한 조직 구성원들의 그릇된 습성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1차 진료 병의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환자로 보느냐, 돈벌이 수단으로 보느냐의 차이였다.

몸으로 밥벌이를 하는 내가 시를 쓰는 것은 나의 아픔을 통하여 같은 아픔을 겪는 독자들이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세상사람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그 시인은 독자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말이다. 만약 시인이 시로 돈의 맛을 느끼게 된다면, 평범한 사람의 냄새가 나는 시가 나올 수 있을까.

다만 환자를 대함에 평범한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몸의 상처를 치료하여 목숨을 구해주는 일은 위대하다. 더하여 몸의 상처로 무너진 마음까지 다독여 주는 의사가 많으면 그만큼 아픔도 줄어들 것이다. 김종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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