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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어릴적 부모님의 보살핌과 선생님의 가르침,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책과 여행 등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인생의 방향과 목표를 가지게 된다. 나는 음악대학 4학년 시절 처음으로 먼 이국땅에서 1년간의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다. 그 시간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꿈꾸고 계획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 날 필자가 다니던 교회 장로님이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는 비보와 함께 그의 유가족을 통해 장례식 조가를 부탁받았다.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길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클라리넷을 연주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장례식에서 조가를 떨리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다. 이날의 연주는 필자의 생각에 전환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다. 무대 위에서 최고의 연주를 선사하고 관객들의 박수와 찬사를 받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연주자의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진심을 담은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위로와 안식, 평화와 기쁨을 주는 것이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음악은 만국 공용어라고 한다. 그렇다. 음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대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말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간혹 연주회를 마치고 관객들이 찾아와 그날의 연주에 대한 소감을 말해 줄 때가 있다. 연주자로서 정말 보람을 느끼게 되고 큰 힘이 된다. 나는 음악을 접하는 연령층과 음악회의 성격을 고려해 연주회의 프로그램과 진행방식을 독특하게 꾸미기도 한다. 어린 관객에게 연주를 들려줄 때는 클래식 음악을 무서워하거나 지루해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을 선곡하는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도록 노력한다. 연주회에서 아이들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관심을 보일 때, 정말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기쁘고 행복하다. 미래의 훌륭한 음악가 또는 음악 애호가가 될 수 있는 어린 관객들이 아닌가.
좋은 음악을 연구하고 연주 실력을 연마하기 위한 장소인 연습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끝 없는 반복 연습과 음악 연구를 통해 그 음악이 필자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나만의 음악으로 승화될 때 크나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 연주자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연주자로서 무대 위에서 비록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마음을 다해 연주할 때, 그 아름다움과 의미가 청중들에게 전달되리라 믿는다. 많은 연주자들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을 통해 얻게 되는 진정성이 담긴 음악으로 세상이 좀 더 밝고 따뜻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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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가치있는 삶](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5/20190502.0102308061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