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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장르 ‘무용’. 이것은 원초적인 인간의 신체가 재료가 되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이미지화되고, 그것은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참 묘한 매력을 지닌 예술장르다. 인간의 신체가 세월에 의해 변화되면 무용수는 오히려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감각은 더욱 더 섬세해진다. 관객들은 묘하게도 그 모습에 몰입하게 된다.
나는 내 몸이 오브제다. 요즘 오롯이 내 몸을 오브제로 사용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접근하는 방법과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퇴행하는 신체와는 달리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지점의 폭과 깊이는 성장한다. 비단 아름다움이 신체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몸. 그 몸이 춤춘다.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생겨날 신체의 변화로 인해 무용수로서의 내 몸이 또 어떤 형태의 오브제로 사용될지 궁금하다. 다가올 날에 대한 조용한 설렘으로 혼자 피식 웃기도 한다. 가치 있는 삶을 산다는 건 정신적인 만족감이 동반되기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새삼 다시 느낀다. 감사하다. 누군가와 교감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나와 나눈 교감을 관객을 대상으로 교감한다는 것은 무용가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분명하다. 동료 무용가도 마찬가지다. 찐한 여운도 남긴다. 예상하지 못한, 뜻밖에 생긴 교감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안다. 통한 것이다. 몸으로 표현하고 그 표현을 바라본 상대와 교감하는 일. 무용수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때는 잘 알지 못했던 현상학에서는 신체는 경험의 매개로서 구체화된다고 설명한다. 메를로 퐁티는 신체라는 소재에 의해 표현되는 의미는 존재하는 삶의 우연적 배열 속에서 생겨나 인간의 의식적 활동 자체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권자로 바라봤다. 몸으로 인해 의식적 활동 자체가 가능하며 이것은 몸의 각각의 부위가 사는 방식이 무한한 만큼 종결 없는 무한함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몸과 의식의 관계 속에 나타나는 현상을 인간 삶의 경험으로 얻어지는 지각으로 구성된다는 그의 저서 ‘지각 현상학’은 언제나 나에게 흐릿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으로 나의 삶 속에 일어나는 몸과 의식의 변화, 그리고 경험한 감각의 섬세함으로 예술의 가치가 성장하는 경험으로 나는 메를로 퐁티 그와 더욱 깊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뿌듯하면서 미소가 번진다. 만난 적도 없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뻘보다 더 되는 메를로 퐁티. 그와 나는 교감했다. 무용으로 경험하고 만나는 세상 모든 것들이 아직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관계 속에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망설임 없는 본능이 나에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 바로 춤이다.
안지혜 (대구시립무용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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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는 내 몸이 오브제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5/20190503.01016074346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