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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할 수 있다는 믿음

2019-05-09
20190509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유학 중에 필자가 다니던 대학의 오케스트라가 뉴욕에 있는 링컨센터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유명한 링컨센터 초청공연은 학생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학교의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였다. 링컨센터 공연을 위한 프로그램이 확정되어 각자의 악보를 찾아가라는 악보계의 e메일을 받은 후 담당자를 찾아갔다. 궁금한 마음에 내 이름이 적힌 봉투를 열어 악보를 확인해보니, Eb클라리넷 악보가 있는 것이었다. 한 번도 Eb클라리넷을 불어본 적이 없는지라 다른 사람의 악보가 실수로 나에게 온 줄 알고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필자의 악보가 맞으며, 지휘자의 결정이라고 했다. 할 말을 잃은 나를 보며 악보계 담당자는 “혜진, 걱정마.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며칠 후 첫 리허설을 하기 전, 먼저 와 있는 지휘자에게 한 번도 Eb클라리넷을 불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심지어 Eb클라리넷의 솔로가 있는 곡을 왜 맡겼는지 의중을 물어 보았다. 지휘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혜진, 상상을 해봐. 넌 오늘부터 뉴욕에서 태어나는 거야. 이 곡을 즐겨봐. 넌 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는데 주변에서 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상황이 정말 짜증나기 시작했다. 내 전공의 악기가 아닌 특수악기로 연주를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학교의 중요한 공연에서 내가 연주할 솔로 부분을 실수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전공 레슨이 있는 날, 지휘자를 찾아가서 마지막으로 이 모든 상황을 또다시 반복하여 설명했다. 그의 대답은 “혜진, 넌 내 제자야. 난 널 알아.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그 순간 며칠 동안 심각하게 고민만 하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유만을 앞세웠던 내 자아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쉽지 않은 연주가 될 수도 있겠지만, Eb클라리넷을 잘 불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면서 왠지 잘 해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나를 믿어주는 그 믿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나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낮아진 자존감을 높여 주었으며,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공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연습했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주변의 친구들이 나의 등을 두들겨주며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또 응원해 주었다.

기대에 부응하고자 자신있게 연주를 시작했다. 덕분에 연주가 잘 끝나고, 빅 솔로를 맡았던 내가 대표로 일어나자 많은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음을 느끼며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닫힌 마음을 열고 낮아졌던 자존감을 회복하게 하며, 긍정적 자세를 갖게 한다. 주변의 누군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넌 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보자.
정혜진 <클라리네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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