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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학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
아득히 먼 옛날 하늘의 아들 환웅은 비, 구름, 바람을 다스리는 신인 우사(雨師), 운사(雲師), 풍백(風伯)과 함께 내려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정신으로 이 땅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은 항상 이롭지만은 않았다. 때때로 내려지는 폭풍우, 지진, 번개, 우박과 같은 재해는 내 고향을 아프게 했다.
인간은 자연적 존재임과 동시에 문명적 존재로서, ‘생각’을 통해 자연에 맞서기 시작했다. 농사에 필요한 빛·흙·비라는 자연 속에 작은 손도구를 만들어 쥔 인간은 세련된 삶의 양태를 누리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각자의 경험을 모아 분석하며 점차 더 좋은 도구를 고안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컴퓨터라는 도구 앞에 앉게 되었다.
기계화, 대량생산을 지나 ‘지식정보화’의 3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며 컴퓨터를 통한 업무자동화가 시작되었다. 2001년에 한국농어촌공사가 도입한 ‘농업용수관리자동화(TM/TC)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TM/TC(Tele-Metering/Tele-Control)시스템은 원격계측·원격제어·원격감시의 3요소를 갖춘 시스템으로, 재해대비 및 효율적인 용수배분을 위해 고안되었다. TM/TC시스템의 도입으로 사무실에서 CCTV를 통해 현장을 감시하고, 컴퓨터로 펌프 가동상태, 수위값 등을 확인하며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재해발생 시에도 신속히 현장 상태를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경북본부도 2004년부터 TM/TC시스템을 도입하여, 현재까지 본부에 설치된 종합상황실과 17개 지사의 중앙관리소를 모두 연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무심한 하늘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발전해나가는 인간에 ‘생각지도 못한’ 숙제로 시험에 들게 했다. 지난해 연중 이어지는 ‘이상기후현상’에 끊임없이 재해가 발생했다. 극심한 한파와 대설을 지나 4월에 발생한 이상저온에 개화중인 과수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본격적인 재해는 ‘물의 불균형’이 시작되고부터다. 포항, 영덕 등에 국부적인 침수피해를 준 집중폭우가 지나자, 이후에는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았다. 평년(1981~2010년)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짧은 장마에 설상가상으로 예상보다 빨리 폭염이 들이닥치며 가뭄은 길어져만 갔다.
‘이상기후’라는 난제를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문명으로 풀어내려 한다. 공사는 예측 가능한 한 해 농사를 위해 TM/TC시스템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3차 산업혁명의 ‘자동화’에 ‘지능화’를 덧대어 탄생한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것을 연결하여 보다 지능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등 지능정보기술을 기존 산업에 융합하여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TM/TC시스템에 보완된 주요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IoT 기술은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여 용수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드론을 띄워 시설을 관측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빅데이터분석은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 정보들을 가공하여 자원화한다. 경북본부도 지사와의 연계를 마친 것에 이어, 새롭게 계획 중인 두 번째 사업에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전조사 단계인 지금도 드론·휴대용GPS 등을 활용하여 사각지대의 시설물을 파악하고, 사용빈도 및 환경여건을 분석하여 사업대상물 선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공사는 TM/TC시스템을 넘어 농어촌의 공익적인 가치창출을 위해 다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환경·생육·제어정보의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안정적인 농장케어 서비스를 구축하는 스마트팜 사업을 비롯하여, 태양광발전사업에서 발전량 추적 및 모니터링 기능 향상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인간은 거듭된 문명을 통해 세련된 삶을 누리며 환호하고 있지만, 이 땅의 기반인 우리 농업은 극심한 기후변화는 물론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에 흔들리고 있다. 불안정한 식량생산이 극심한 가격등락으로 이어지는 현 시점에서 TM/TC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농촌기반사업의 지능화는 어쩌면 인력 대체제로서 작용하여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를 위한 최선책일지도 모른다.
강경학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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