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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에도 발길 뚝…장사 안 되는데 임대료만 올라”

2019-12-13

대구 8개 구·군 먹거리 특화골목 실태

20191213
20191213

대구시와 대구지역 8개 지자체가 만든 ‘특화 테마 거리’는 모두 51개. 이 가운데 먹거리를 주제로 한 특화거리는 30개나 된다. 이곳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성적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행정지원이 겉모습을 치장하는데 집중되다 보니 정작 상인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른 원주민 내몰림 현상)으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 거리가 쇠퇴하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 “음식 자체 콘텐츠 찾아야
젊은층에 어필 홍보전략도 필요”

앞산 카페거리 곳곳 임대 현수막
서부시장 거리는 빈 점포 상당수


◆썰렁한 먹거리 특화거리

지난 10일 오후 3시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 카페거리. 길가에 8개의 카페가 있었지만, 그중 2곳은 불이 꺼져 있었고 또 다른 곳의 유리창에는 ‘임대’라고 나붙어 있었다. 인근의 다른 가게 안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르바이트생 김모씨는 “주말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찾지만 평일에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하곤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상권을 특화한 거리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오후 6시30분쯤. 대구 남구의 ‘안지랑 곱창골목’. 소위 ‘불금’이었지만,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10명 정도밖에 없었다. 1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한 홍진종씨(60)는 “최근 손님이 25%가량 줄었다. 특화거리 조성 이후 곱창 페스티벌 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일 10시쯤.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오가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북적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15년째 장사를 하는 한모씨는 “명품 거리로 운영한다고 해도, 이곳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음식 주간을 만들어 가끔 공연을 하지만 그때뿐인거 같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색 없는 행정 지원

12일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특화 테마 거리는 상인회 또는 주민들의 추천을 받아 지자체가 지정 여부를 정하거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상권을 개발하고자 할 때 지정한다. 지정 기준이 따로 있지 않지만, 유사업종이나 점포가 몰려 있을 경우 지정에 유리하다.

문제는 많은 예산을 들였지만 특화되지 않은 특화거리라는 것이다. 2012년 대구시가 서구 서부시장 내 오미가미거리를 만들 때 치킨으로 특화된 거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초기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치킨가게들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2년여 후 수지를 맞추지 못한 이들 가게들이 이탈하자 당초 취지는 무색해졌고 이들이 떠난 점포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비어있다. 기존에 있던 먹거리골목을 특화거리로 이름만 바꾼 것 역시 패착으로 꼽힌다.

지자체의 특색 없는 지원은 특화거리 활성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구는 2015년부터 무침회를 활용한 무침회 골목 사업을 진행, 보행환경 개선, 간판 정비, 조형물 설치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2011년부터 200여억원을 쓴 남구의 경우 6개 특화 거리를 조성했지만, 사업 내용은 야간 LED 설치 등 설치물을 보강해준 게 전부다. 안지랑 곱창 골목 관계자는 “환경개선사업만 했다고 해서 거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즉 손님들을 이끌어 올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젠트리피케이션만 부추긴 꼴

먹거리 특화거리내 상인들은 선정 이후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오미가미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정현만씨(49)는 “거리 조성 전부터 장사를 했다. 초기에 시작했다가 권리금만 받고 나간 곳도 있는데, 빈 곳을 빨리 채워야지 안그러면 상권이 죽어보인다. 그런데 6평짜리 상가가 4천만원 했는데, 지금은 1억3천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돈을 넣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채영구 공인중개사는 “앞산 카페거리의 경우, 2012년 조성 초기와 비교해 지금은 매매가가 2배 정도 올랐고, 임대료는 5배 이상 올랐다. 그렇다 보니 특색 있는 카페들이 사라졌다”면서 “몇년 전에는 카페 점포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문의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앞산 카페거리 내 50여개의 가게 중 카페는 20곳이 채 안되고, 그중 8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먹거리 특화 거리가 이름에 걸맞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거리 발전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신택리지’ ‘대구식후경’ 등을 발간한 권상구 시간과 공간 연구소 소장은 “세대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구 시대적인 콘텐츠는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그들만의 문법이 있다.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문법과 접근법이 필요하다. 거리만 조성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에 대한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대구지역) 특화거리의 발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고, 홍보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최시웅 수습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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