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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먹거리 특화골목, 수백억 넣고 애물단지

2019-12-13

지자체 차별화 전략없어‘실패’
손님 줄고 곳곳에 임대 현수막
관광상품화 취지 전혀 못살려

20191213
11일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카페거리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위). 같은 날 저녁 서구 비산동 서부시장 오미가미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의 먹거리 특화거리 상당수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구시와 구·군이 최근 몇년간 수백억원을 투입해 시내 곳곳에 조성한 먹거리 특화거리가 이름만 내걸려 있을 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썰렁하기만 하다. 오히려 임대료 상승만 부추겨 인근 상권을 위축시키는 상황마저 초래하고 있다. 낙후된 거리 활성화와 관광상품화란 당초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이는 자치단체들이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운영 계획없이 경쟁적으로 특화거리 조성을 위한 하드웨어에만 관심을 쏟은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구의 ‘특화 테마 거리(골목)’는 모두 51개. 이 가운데 먹거리를 주제로 한 특화거리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약 30개다.

대구시가 2015년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서구 비산동 서부시장내 ‘오미가미거리’. 이곳에는 60여곳의 음식점·공방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10일 밤 9시쯤 찾아간 오미가미거리는 한산했다.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2~3개 정도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 가게도 있었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게도 쉽게 눈에 띄었다. 조성 당시 반짝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구의 또 다른 먹거리 골목인 무침회 골목. 2015년부터 50억원이 투입된 곳이다. 이곳은 공중선 지중화, 보행환경 개선, 간판 설치 등의 사업 성과로 거리는 깔끔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게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조모씨(여·50)는 “주말에는 그래도 손님들이 오지만, 평일에는 낮은 물론 저녁에도 손님이 적다”며 “행정당국이 거리 정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그것만으로 손님이 오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 대명동 앞산네거리에서 대명남로까지 600m거리에 조성된 앞산 카페거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길가의 가게 몇 곳에는 불이 꺼져 있고, 유리창에는 ‘임대’란 글씨가 붙어 있다.

먹거리 특화거리 조성 후 임대료 상승으로 빈 점포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앞산 카페거리의 한 부동산업자는 “7년전 특화거리 조성 당시 3.3㎡당 400만원에 거래되던 부동산가격이 요즘은 1천만원을 훌쩍 넘었다. 그에 따라 월 임대료도 크게 뛰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지역 먹거리 특화거리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각 지자체가 장기적 계획이나 차별화된 전략없이 간판 조성, 입간판 설치, 주차장 조성 등 하드웨어에만 예산을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먹거리 특화거리 조성과 운영이 지자체 주도가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골목과 거리를 어떻게 살릴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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