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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최원식의 산] 갈라산 (葛蘿山 569m 안동시·의성군)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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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산 최고봉 문필봉 오르는 길의 참나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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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필봉 전망대에서 본 의성의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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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내 가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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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문학관 내부.
완만한 산길따라 빼곡한 겨울 참나무 군락속 호젓한 산행

겨울에 들어선 계절이지만 연일 포근한 기온을 보이며 몇 번은 내리고도 남을 시기인데 눈은커녕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도 없다. 대표적인 겨울스포츠인 빙벽타기를 즐기는 동호인들은 오매불망 기온이 떨어져 폭포가 얼기만을 기다리며 얼음을 오르는 장비의 날만 갈고 있다.

눈꽃산행은 아니더라도 겨울산행에 어울리는 대상지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쯤 되면 전국이 똑같은 상황이니 잿더미 속을 뒤적여 작은 불씨 하나 찾는 기분으로 건져낸 산이 이번에 소개할 갈라산이다.

보통은 안동 방향에서 많이 오르지만 산행 후 새로 문을 연 최치원 문학관을 둘러보려고 의성에서 오르는 코스를 잡았다. 구계리 마을 앞 버스정류장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 채비를 하다가 팔각정 옆에 붙은 작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구계리 마을 앞 주차장서 산행 채비
발목까지 쌓인 낙엽, 눈길보다 미끌
멧돼지 뒤진 흙길 밟는게 편할 정도
능선에 칡이 많이 자라 붙여진 산이름
신라 명필 김생이 글 공부한 문필봉
내려오는 길 산림욕장·체육시설 조성
가까운 고운사·최치원 문학관 발걸음


'구계2리 이훈(里訓). 웃어른을 공경하자. 이웃 간에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 먼저 보는 사람이 인사하자. 맘보다 앞서가는 주민이 되자.'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누구나 보이는 장소에다 세운 것이 예전에 '4H 운동' 표석을 보는 듯,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일깨우고 실천하도록 세운 것 같다. 휴일임에도 너무나 조용하다. 주차장 왼쪽의 갈라산 푯말을 따라 밭둑 길을 걷는다. 작은 능선이 하나 보이지만 안내 리본은 계속 밭둑을 따르도록 주렁주렁 걸려있다. 밭둑이 끝나고 계곡 합수 지점 앞에 '문필봉 3.0㎞'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아치형 작은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들머리가 된다.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는데 무덤 한기를 지나면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경사의 산길은 빈틈없이 참나무종류가 빼곡하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이 쌓여 흙을 밟을 수가 없을 정도다. 눈길보다도 미끄러운 낙엽이라 스틱으로 툭툭 치며 길을 더듬으며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 능선 갈림길에 올라선다. 오르던 정면은 안동 남선면 무주무로 넘어가는 길이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야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문필봉 2.2㎞ 지점이 고무재이다. 들머리인 구계리를 외천으로 표기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구계리지만 외천마을로 불린다.

능선으로 몇 걸음 떼면 벤치가 놓여있고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간혹 멧돼지가 뒤진 흔적에 땅이 드러나 있을 뿐 자그락거리는 낙엽이 두껍게 깔렸다. 낱알의 도토리를 밟아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차라리 멧돼지가 뒤진 흙길을 밟는 것이 더 편할 정도다. 작은 오르막을 오르니 벤치가 놓였고, 그 오른쪽에 묵 무덤 한 기가 보인다. 해발 410m 봉우리인데 사방이 숲에 가려 조망은 없다. 안부에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완만한 오름이 이어진다. 오른쪽 계곡 방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 나무 사이로 내려다보니 고라니 한 마리가 인기척에 저만치 거리를 두며 멀어진다. 언제 한번은 산행 중에 정면에서 담비 가족과 맞닥트린 적이 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들었는데 그 사이 멀어지는 꽁무니만 보여주었다. 그 후로는 어지간하면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바로 꺼낼 수 있도록 몸에 딱 붙이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그 덕에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들꿩도 찍을 수가 있었다. 이번에도 무언가 나타나 줄 것만 같아 전원까지 켜두고 걷는다.

민둥한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 올라선 봉우리에 '갈라산'이라 적힌 작은 표석과 삼각점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지도상의 갈라산 정상 이지만 갈라산 최고봉은 조금 더 지나 문필봉이다. 왼쪽은 남선면 무주무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 방향으로 문필봉 0.3㎞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에서도 딱히 조망이 없어 바로 문필봉으로 향한다. 안부에 잠시 내려섰다가 완만한 오르막 정점에 3m정도 높이의 돌무덤이 있고, 그 아래에 문필봉 표석과 문필봉 유래를 적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예로부터 산 능선에 칡이 많이 자생해 갈라산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신라의 명필 김생(金生)이 이곳에서 글씨 공부를 해서 문필봉(文筆峯)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문필봉 돌무덤 앞에 데크를 깐 전망대가 있다. 남쪽으로만 뚫린 전망대 앞쪽으로 불에 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불이 나서 트인 장소에 전망대를 만든 것으로 가늠된다. 지나온 능선과 안동 일부와 의성의 산들이 조망되는 곳인데 연무가 끼어 멀리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능선을 따라 바윗길이 늘어서 있거나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대부분인데, 여기서 바라보는 어느 한 곳도 바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완전한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주변에 놓인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진행 방향 정면으로 나아간다.

5분정도 내리막인데 발판을 깐 계단길이라 힘들지는 않다. 여기서부터 산림욕장이라는 안내판과 군데군데 벤치와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산림욕장이 끝나는 지점에 왼쪽은 남선면 무주무, 오른쪽은 외천 주차장 3.0㎞ 이정표가 서 있다. 능선의 오른쪽 산허리를 따라 난 길은 최근에 정비를 한 듯 넓고 반듯하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산 전체가 보이는 곳이 없나 찾아보지만 어디 한 곳 뚫린 곳이 없다. 보이는 나무라고는 참나무 종류뿐이고, 참나무군락지에 잡목처럼 소나무가 한그루씩 보인다는 표현이 맞겠다.

살갈이골이 가까워지자 오른쪽으로 사방댐이 숲 사이로 보이고, 무덤 몇 기를 지나면서 덩굴식물이 하나둘 드러낸 참나무 숲을 빠져나온다. 빨간 열매를 드러낸 노박덩굴이 유난히 많이 보이고, 간혹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은 노간주나무도 자라고 있다. 아치형 다리를 내려서면 시멘트 포장길인데 외천주차장 2.0㎞ 이정표 방향으로 도로를 따른다. 한 때 유행하던 두충나무 재배지가 많고, 수확하고 남은 고춧대가 앙상한 밭을 지나며 계곡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여러 갈래의 갈림길을 만나지만 직진 방향의 길만 따르면 오전에 출발했던 주차장에 다다를 수 있다. 외천마을로 내려가는 길에서도 산 전체를 볼 수가 없었고, 오랜만에 종일 숲길만 걷는 산행을 마무리하고 가까운 고운사, 최치원 문학관으로 방향을 잡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굛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구계리 정류장-(25분)-무수무 갈림길-(20분)-410봉-(40분)-갈라산 정상-(15분)-문필봉-(20분)-산림욕장 갈림길-(25분)-살갈이골-(40분)-구계리 정류장


갈라산은 대부분 안동시 남선면에서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의성군 단촌면에서 오르는 코스를 잡았다. 산 전체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지며 문필봉을 지나면 안동시에서 산림욕장과 체육시설을 조성해둘 만큼 안동 쪽에서는 찾는 이가 많지만, 의성 쪽에서는 찾는 이가 적어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구계리 버스정류장에서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약 7.5㎞로 3시간 남짓 소요된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에서 914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2㎞ 지점의 운산교차로에서 대구·의성방향 5번 국도를 따른다. 약 1.5㎞ 지점 망호교차로에서 좌회전으로 79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2㎞를 간 다음 구계2교에서 좌회전으로 2㎞ 지점에 외천마을 정류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462(구계리 정류장)

☞ 볼거리

◆고운사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서기 681년)에 해동 화엄종의 시조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신라 말 불교와 유교ㆍ도교에 모두 통달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이 여지·여사 양대사와 함께 가운루(경북 유형문화재 제151호)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후 그의 호인 고운을 빌려 고운사로 바뀌게 되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이자 풍수지리사상의 시조로 받드는 도선국사가 가람을 크게 일으켜 세웠으며, 약사전(보물 제246호)과 나한전 앞의 삼층석탑(경북 문화재자료 제28호)이 남아있다.

◆최치원 문학관

최치원 문학관은 신라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최치원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전국을 유람할 때 이곳 고운사에 머물며 가운루와 우화루를 지어 고운사 중창에 힘썼다. 의성군에서 선생의 발자취가 서린 고운사 권역에 문학관을 건립해 개관하였다. 전시관과 고운사 문화공원,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 주소: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길 241(고운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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