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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설 특수 업종까지 찬바람…셔터 내려가는 성서産團

2020-01-22
17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산업단지에 공장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지역경제 동력의 한 축인 산업단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여전히 오랜 불황 터널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일감이 없어 기계소리가 끊긴 공장이 부지기수다. 근로자들은 상여금은 고사하고 떡값도 받기 힘든 형편이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대구 성서산업단지를 찾아 공장 대표·근로자들의 한숨과 소망을 들어봤다.

◆'명절 설렘'은 언감생심

지난 1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수건공장. 오랫동안 비어있던 탓인지 출입구에 쌓인 사무용품 주변으로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었다. 우편함엔 먼지가 쌓인 고지서만 가득했다. 공터엔 방치된 트럭도 있었다. 근로자들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 구내식당은 절반 이상 자리가 비어있었다. 이처럼 가동을 멈추거나 문을 닫은 업체 탓에 '공장 매매' '공장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산단의 풍경이다.


명절 돈 버는 재미 옛말
선물포장 수요 급감한 라벨공장
"이번엔 직원에 맘껏 못해줄 형편"
섬유 사정 더 열악 주3일 가동도
"기계 돌릴수록 손해…연휴 올스톱"

車부품 "언제까지 버틸지"
친환경차 전환 가속에 경영 악화
일부 업체 전기차 부품 납품 시작
부족한 가동률 메우기엔 힘 부쳐



이런 가운데 일부 업주가 설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13년째 라벨 제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원헌씨는 23일 오후 직원들과 간단한 파티를 열고, 설 선물을 줄 계획이다. 하지만 공장 형편은 녹록지 않다. 라벨업체는 시장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명절을 맞아 식품 포장 수요가 늘면 라벨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지만 최근 명절 특수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손씨의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들 사정이 넉넉지 않으니 명절에도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 일감이 없으니 직원들에게 마음껏 해 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섬유업계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한 섬유공장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주3일제로 돌아가고 있다"며 "평소에도 일감이 없기 때문에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인데, 명절은 말할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섬유공장 근로자 남모씨(여·50)는 "예전엔 명절이면 일감이 몰리고 돈 버는 재미도 있었는데 그런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른 섬유 관련 회사들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계를 돌리고 싶다"

"공장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매년 오르니 너무 힘들어요." 지난 20일 대구 성서산단에서 30여년간 자동차 부품 표면 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 공장 내부엔 자동차 부품을 다듬는 기계가 10여대 있었지만, 가동 중인 기계는 4대에 불과했다. 이씨는 "오전이라 그나마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며 "오후가 되면 그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문량이 지난해에만 30%가량 급감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이 줄면서 자동차 부품업계가 밀집한 대구 성서산단에 큰 위기감이 닥쳤다.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 부품 수출이 동시에 하락하자 자동차 부품 공장의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과 연관된 운송장비 업종의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77.24%를 기록, 2018년도 2월 이후 5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성서산단 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는 최근 친환경 자동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황평 영남대 자동차기계공학과 교수는 "내연자동차의 경우 부품수가 대략 3만개 정도 되지만,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모터로 교체되기 때문에 부품수가 대량 1만5천개 정도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실제 성서산단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일부는 전기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부족한 가동률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자동차는 내연 자동차에 비해 부품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서공단의 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기술 고부가가치화로 승부를 걸어야한다고 주장한다.

황평 교수는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계는 클러치와 브레이크 등 제동 장치에서 우수한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어, 관련 기술을 더욱 개발한다면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서산업관리공단 관계자는" 영세 공장의 경우 기술개발 및 공장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공단 홈페이지에 유용한 R&D지원사업,청년일자리 지원 사업, 현장간담회 등의 정보들을 항상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라고 말했다
글·사진=최시웅 수습기자 jet123@yeongnam.com
오주석 수습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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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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