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카페인음료 등 수분 섭취 줄이고
규칙적 배뇨 습관 병행해야 증상 완화
약물, 대부분 평생 복용…부작용 주의
요폐색 증상 심할 땐 수술요법 효과적
김모씨(60)는 최근 들어 소변이 자주 마렵고, 참기도 힘들어졌다. 겨울이라 따뜻한 차를 자주 마셔 그런 것인가 생각해서 차를 줄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잠들기 전까지 하루 9번 이상 화장실을 찾았고, 자다가도 2번 정도 소변을 보기 위해 깨야 했다. 전립선 비대증이었다. 배뇨 장애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20대 환자의 증가율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119만5천명(건강보험 전체 진료인원의 5.1%)으로, 70대 이상이 49만7천명(41.6%)을 차지했다. 60대 37만1천명(31.1%), 50대 23만2천명(19.4%)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령대별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20대가 12.6%로 가장 높았고, 70대 이상이 8.1%, 30대 5.8%, 60대 5.4% 등의 순이었다.
◆전립선 비대증이란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서 요도를 반지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기관으로, 남성에게만 있다. 이런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비대해진다. 태어날 당시 전립선은 콩알만 하다. 하지만 사춘기까지 서서히 증가, 이후부터 급격히 커져 30대 전후로 약 15~20g으로 밤알 크기 정도 된다. 이후 40대에서는 매년 0.4g씩 증가하지만 60~70대가 되면 매년 1.2g씩 증가하여 달걀 크기(60g), 사과 크기(100g)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도 있다.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이 나이가 들면서 차츰 비대해져 요도를 압박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배뇨장애 증상을 나타내는 아주 흔하게 접하는 비뇨의학과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령 인구의 증가와 정보 매체에 의한 관심의 고조로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분석한 빅데이터 결과를 보면, 2012~2017년 전립선 비대증 전체 진료인원이 연평균 5.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왜 생기나
전립선 비대증 발생의 가장 큰 유발인자는 연령증가와 남성호르몬이다. 선천적으로 고환기능부전이 있거나 고환이 제거된 남자의 경우 전립선 비대증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남성호르몬이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은 40대 남자의 10%가량에서 나타나 50대 말부터 빈도가 증가하고 80대가 되면 80% 이상에서 나타나는 양성의 노인성 질환이다. 50세 이후에 평생 한 남자가 전립선 비대증으로 수술받을 확률은 약 10~20%에 달한다. 선진국에서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수술적 치료는 백내장 수술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시간 이내에 오줌을 또 누고 싶다 △오줌 줄기가 약하다 △오줌 참기가 매우 어렵다 △잔뇨감이 있다 △오줌 줄기가 끊긴다 △오줌을 눌 때 힘을 주어야 한다 △자는 동안에 오줌을 1회 이상 눈다 △낮에 7회 이상 오줌을 자주 눈다 등 증상으로 생활에 불편을 느낄 때 전문의의 검진을 요한다.
이렇게 전립선 비대증의 증상 정도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을 객관화해 점수화한 증상표와 생활만족도를 첨가한 '국제 전립선 증상점수'를 이용해 검사를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전립선의 크기를 측정하는 직장수지 검사, 경직장 초음파촬영 등을 시행하고, 전립선의 크기에 따라 적합한 수술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가 시행된다.
◆약물에서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는 대기(관찰)요법, 약물요법과 수술적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증상이 가벼울 때는 대기요법, 중증도의 증상이면 약물요법으로 치유될 수 있다.
대기요법은 증상이 가벼워 불편하거나 고통스럽지가 않으면 일단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전립선 비대증은 진행성 질환'이고, 관찰이라고 아예 방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분섭취량, 특히 알코올, 카페인함유 음료를 줄이고, 규칙적 배뇨습관 등도 병행하게 되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약물요법의 경우 하루에 한 차례만 먹으면 되지만, 대개 평생에 걸쳐 복용해야 하며 기립성 저혈압과 사정 장애의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립선 비대가 매우 심해 방광에 오줌이 괴어 있지만 배뇨하지 못하는 요폐가 자주 발생하거나 소변이 나가는 길이 막혀 방광이 부풀거나 신장으로 소변이 역류하는 요폐색 증상이 심하면 약물 치료보다 수술적 요법이 효과적이다.
요폐, 심한 혈뇨, 방광 결석 등의 합병증 발생, 신장 기능장애인 경우는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약물의 부작용이 심해 약물 복용이 어려운 경우에도 수술적 요법을 활용한다.
마취 위험성이 높아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는 '전립선 결찰술'을 진행한다.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전립선을 절제하지 않고 금속 실로 결찰(묶음)해 요도 폐색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시술 후 소변줄 삽입이 거의 필요치 않아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고령에 심혈관계 등의 질환으로 마취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게 근본 수술 전에 먼저 시도해 보는 방법이다.
최근 의공학의 발달로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많은 최소침습적 치료법이 개발됐다. 풍선확장술, 전립선부요도 스텐트 유치, 온열요법, 고온열치료법, 레이저 전립선소작술, 고주파 침박리술, 전기기화술, 고강도집속형 초음파술 등이 있다.
영남대병원 정희창 교수(비뇨의학과)는 "최소침습적 치료법은 치료결과가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에 비해 증상, 요속의 개선 정도가 좋지 못하고, 재시술률도 높은 편이다. 이런 탓에 아직까지 비용과 효과 면에서 볼 때 뚜렷한 장점이 없고, 가장 큰 문제인 장기적인 효과의 지속성 여부도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정희창 교수
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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