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을 무소속 출마선언…차기 대권도전 의사 밝혀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와 관련한 거취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 전 대표는 이달초 경남 양산을 공천배제 이후 줄곧 황 대표를 겨냥해 대립각을 세워왔다. 16일 페이스북 글에선 황 대표를 겨냥 "(황 대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텐데"라면서 "입 다물고 종로 선거에나 집중하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황 대표가 이날 열린 최고위 회의 모두 발언에서 "지역을 수시로 옮기며 억지로 명분을 찾는 모습은 우리당의 위선을 떨어뜨리고 정치 불신만 더 키운다"며 홍 전 대표를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를 '쫄보'로 지칭하며 압박해왔다. 그는 앞서 영남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대장부라서 이 공천을 바로잡아주면 양산에서 (출마)하는 게 맞고, 그렇지 않고 쫄보라서 나를 제거하려고 덤비면 그건 나한테 기회를 주고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공천작업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주도했음에도 자신의 낙천(落薦) 배경에는 황 대표의 정적 제거 의도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황 대표를 겨냥한 대결구도는 대구 출마 행보에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홍 전 대표가 TK 대권주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TK에 선착한 황 대표와 영역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홍 전 대표가 대권 도전에 한차례 실패하고 지방선거 패배 책임으로 당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흘러간 물'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대구에서 중·고교를 모두 졸업해 대구에 연고가 강하다는 점을 발판으로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대구가 '고향'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비해 황 대표는 지역 출신이 아님에도 보수 본당의 당대표로서 보수진영에선 선두주자란 점이 TK 민심과 거리를 좁히는 요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 지지도는 두자리수이지만 홍 전 대표는 한자리에 그치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황 대표는 이날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아 통합당 간판으로 선거전에 나섰기 때문에 홍 전 대표가 그의 정치적 위상에 변곡점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최근 TK 현역 의원 대폭 컷오프 과정에서 일부 후유증이 생기고 황 대표와 지역 민심 간에 틈새가 생긴 것은 홍 전 대표로선 호재가 될 수 있다. 홍 전 대표도 '막천(막장공천)'을 주장하며 대구로 왔기 때문에 TK 공천 논란과 본인 주장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황 대표는 본인의 종로 선거전 때문에 선거 기간 동안 TK 발길은 뜸해질 수밖에 없고, 홍 전 대표에게는 거침없이 TK 민심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는 종로 선거 결과에 따라 대선 주자로서 정치생명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면서 "하지만 홍 전 대표에 대한 대구 유권자들의 평가는 황 대표 선거 결과 전에 판단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고민일 수밖에 없고, 결과 예측도 어렵다"고 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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