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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영란의 스위치] 강재섭 前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

2020-05-16

"외부인사로 통합당 신탁통치 안될 말…全大 판 키워 대선주자 굳혀야"
붉은색, 체제전복 세력 전유물…보수 상징 '파란색' 복귀를
정치인은 선거 통해 성장…전국적 행사로 유망주 발굴해야
욕심없이 살고 있지만 '우파 인물 키우기' 도움 줄 생각 있어

강재섭1
손녀와 함께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그는 총선에서 폭망한 미래통합당의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외부인사를 또 비대위원장으로 위촉한다는데 안 될 말"이라면서 "보수를 살리려는 당 내외의 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인물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정계 은퇴를 하기엔 이른 나이인 62세에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정치행사'에 발길을 끊고, '여의도'를 향한 발언도 삼가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무겁게 입을 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의 당 대표로 경선 관리를 했고, 그때 경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10년 만에 정권을 찾아오고 재창출도 한 공로가 다 허사가 된 상황까지는 참아냈는데, 미래통합당의 이번 참패는 그냥 두고 보기에는 너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인터뷰 요청에는 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그가 "통합당이 또 외부인사를 데려와 신탁통치 받으려 하는데 안 될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은 결국 선거를 통해서 큰다. 다음 대선전까지 통합당이 레이스를 몇 차례 벌여 유망주를 발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 꿈을 꾸었던 정치인으로서 그는 "내 여한을 풀기 위해 나라를 건강하게 해줄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줄 생각이 있다. 캠프에 가서 일할 맘도 있다"며 우파 인물 키우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향적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강 전 대표를 자택이 있는 경기도 분당에서 만나 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치를 떠난 지 10년이 넘었다. 근황이 궁금하다.

"늘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다, 명예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 또래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다들 내가 제일 건강하다고 한다. 맑은 공기 먹고, 욕심 안 먹기로 해서 그렇다고 농담한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기면서 산다. 매일 한 건 정도는 모임이 있다. 그저께(11일)는 오랜만에 일정이 없어 손자손녀를 불러내 서울랜드로 데려가 놀았다. 맛있는 것 사주고, 사진 찍어주고.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 만화를 좋아하는지도 안다. 이런 삶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겨울엔 당구도 좀 치고, 여름에는 골프도 한다. 역사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 직후에는 집 근처 공터에서 텃밭을 가꾸었는데 그곳에 집이 들어서고 나서는 농사는 못 짓는다. 이런 삶에 아무 후회 없다. (계속) 물처럼 살고 싶다."

▶통합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된 5선의 주호영 의원은 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으로 있을 때 발탁됐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주 의원이니까 이번에 김부겸 의원과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본다. 친화력이 남다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 따뜻한 맘을 갖고 있다. 큰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큰 당을 끌고 가려면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끌고 가길 바란다."

▶주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는 지도부 구성 문제가 될 것 같다.

"주 원내대표는 정정당당히 해야 한다. 외부인사를 데려와 신탁통치 받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당의 문제는 스스로 고쳐야 한다. 한 번 정도는 몰라도 벌써 몇 번째인가. 주 원내대표도 고시공부해서 판사가 된 사람이다. 고시가 되려면 시험을 많이 쳐보는 것이 유리하다. 입시도 그렇지 않나. 우리 당도 시험을 자꾸 쳐야 큰 인물이 생긴다.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전당대회 등 서너 번의 전국적인 행사를 통해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홍준표 당선자, 유승민 전 의원 등을 포함해 보수 정권을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사람은 다 불러모아 경쟁을 시키는 것이 좋다. 선거는 표를 먹고산다. 여러 번의 경쟁터에서 표를 잘 먹는 사람을 (대권 후보자로) 굳히게 해야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어디서 컸나. 전당대회서 스피치하다가 컸지 않나. 그리고 이제는 나도 돕고 싶다. 내 여한을 풀기 위해 대신해 줄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줄 생각이 있다. 캠프에 가서 일할 맘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외부인사를 불러서 편안하게 가겠다는 생각을 버릴 것을 주 원내대표에게 충고하고 싶다. 계속해서 당의 운명을, 그것도 대장을 외부인사에게 맡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의는 통합당의 확실한 변신으로 보인다.

"당 이름부터 확실하게 '자유당'이라 하고 당 색깔부터 바꿔야 한다. 황건적, 홍건적이 쓰는 붉은 색깔은 원래 체제를 뒤엎자는 세력들의 전유물이다. 깊이 없는 이벤트 전문가들의 얄팍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붉은색을 채택했는데 보수당은 푸른색으로 다시 환골탈태해야 한다. 서구 정당을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대의 민주정치의 원조인 영국의 경우도 파랑이 보수당의 상징이다. 우리도 무려 31년간 파랑을 지켜왔는데 2012년 대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파란색을 버리고 정반대편 색상인 빨간색을 당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젊은 세대의 열정을 대변하는 붉은 악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는데 기본 철학을 무시한 것이었다."

▶보수의 외연 확대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많다.

"보수 외연의 확장이 과제다. 그러나 '왔다 갔다 하는 보수'는 안 된다. 예컨대 재난지원금 문제도 재정적자 문제를 확실하게 거론하면서 '하지 말자' 하든가, 아님 먼저 나서서 하자 하거나 해야 한다. 괜히 남이 해놓은 것에 대해 시비 붙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곤란하다."

▶21대 국회도 초선이 절반 이상이다.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조언이 있다면.

"구질구질 안 해야 한다, 오래 하려고 눈치 보는 것, 정의가 눈앞에 보이는데 불의와 타협하는 것, 위선과 가선을 떠는 것도 꼴불견이다. 결국 늘 이야기되는 것이지만 '인간이 되는 것'이 먼저이다."

▶정치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 신인들이 어떻게 해야 국민의 점수를 딸 수 있나.

"부모 자식을 생각하는 심정으로 일하면 된다. 조금은 진실되게. 사실 어떻게 보면 정치는 '쇼'가 많다. 자기 홍보와 미화가 정치의 수단 기본이다. 그런데 수단이 좋다고 성공한 정치인이 되지는 않는다. 진심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업적을 남겨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 부모·자식의 문제라면 어쩔지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거짓말할 수 없다."

▶유승민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큰 정당에 가서 승부를 봐야 한다. 통합당 전당대회 등에 출마해서 판을 키워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정치 인생을 되돌아보면 아쉬움도 적지 않겠다.

"아무 후회 없다. 대통령 해보려는 꿈을 갖고 정치하면서 나름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다. 정권을 재창출한 당 대표로 정계를 은퇴했지만 변호사 개업도 안 했다. 대기업 등에서 고문 요청이 쇄도했지만 안 맡았다. 그래서 현재 유동성 위기(웃음)를 겪고 있지만. 부끄러운 인물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조용히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당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어서 꼭 필요하다고 부르면 이제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우리같이 2선으로 물러난 사람이 필요 없는 당당한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이영란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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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의성 출생(72) △경북고·서울법대 졸업 △1970년 제12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당시 최연소) △서울고검 검사 △청와대 정무·법무비서관 △제13·14·15·16·17대 국회의원 △국회 법사·정개특위 위원장 △민자당 기조실장, 신한국당 원내총무·대변인 △한나라당 원내대표·부총재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미래통합당 상임고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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