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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편(一師一便)] 함께 공부해서 좋아요

2020-05-25

학교가 학교다워졌습니다. 아이들이 왔다 갔다하고, 웃음소리가 복도를 비집고 흘러나옵니다. 교실에선 선생님들의 수업이 시작되었고, 급식도 거리를 유지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80일 만의 등교입니다.

고3만 등교해 교문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2학년 때 같이 수업을 했던 아이들이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반가운 얼굴들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참 많이 준비했습니다. 교실마다 방역하고, 바닥에는 발바닥 스티커를 붙여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열화상 카메라, 손소독제·체온계·일회용 장갑을 준비하고, 급식실에는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쓸고 닦고 소독하고 점검했습니다. 걱정과 우려를 가득 안은 선생님들에 비해 학생들은 친구를 만난 기쁨이 더 크고, 학교에 등교한 든든함이 더 큰가 봅니다. 거리 유지하라는 선생님의 잔소리도 반갑다 합니다.

입시를 앞둔 고3이라 이리저리 걱정이 많아서일까요? 학생들은 초집중을 하고 수업에 임합니다.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시험 대열로 앉아 있어야 하지만 현실감이 나서 좋습니다. 온라인 수업 때는 혼자서 학습 과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이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잠시 집중력이 떨어질 땐 옆에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열기가 혼자 학습하는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마스크를 쓰고 페이스 실드를 한 외계인 복장의 선생님은 그동안 못해온 수업에 열의를 다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한 시간 동안 수업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자기 입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마시고, 행여나 학생들에게 비말이 튈까 조심하다 보니 쉬이 피곤합니다. 그래도 내 설명에 고개 끄덕이고, 눈빛으로 감정을 교환하고 갸웃거리는 학생에게 한 번 더 설명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래, 이게 학교고 이게 수업이지. 아직은 누구도 마음 놓지 못할 코로나 정국이지만 학생들이 있는 학교가 좋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애인은 늘 학생인가 봅니다.
이금희 〈대구 동문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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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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