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은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을 통해 일반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모든 것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작업 방식은 분열증적 삶의 형태에 가깝다. 그렇게 세상을 비껴보는 태도가 이 작가들 작품의 큰 중심이다. 태도가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구성한다."
최근 접하게 된 '태도가 작품이 될 때'라는 책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은 여러 시각 작가들이 어떻게 세상과 예술을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그 작업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저자의 해석과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책에서 접한 인상적인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0년대 사진, 퍼포먼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개념 작업을 보여준 네덜란드 출신의 미술가 '바스 얀 아더르'(1942~1975)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작가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았는데 이 작가의 작품은 주로 길을 걷다가 넘어지거나,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거나, 심지어 지붕 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다 강물로 떨어지는 비물질적인 퍼포먼스 영상들이 많다.
아더르가 33세 되던 해에 그는 작은 돛단배로 북대서양을 횡단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퍼포먼스를 하기로 결정한 그는 '기적을 찾아서(In search of the miraculous)'라는 제목으로 출항했고, 3개월 후 빈 돛단배만 아일랜드 남서쪽 해안에서 발견됐다. 돛단배에는 부패한 음식과 항해장비들, 그리고 이 배가 아더르의 배라는 증명서가 있었지만 아더르는 없었다. 그의 생사확인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퍼포먼스의 제목처럼 돛단배로 대서양을 건너는 '기적을 찾는 일'은 이루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더르는 잘 만들어진 작품을 전시장에 내놓았던 당시 미술계의 전통 개념과 작품의 성공 기준, 그리고 작업에 어떻게 자신을 투영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작은 의미에서 기적을 찾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작품을 대할 때 늘 해왔던 방식, 나에게 익숙한 틀 안에서만 고민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기 위해서, 전달되지 않더라도 다른 해석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지 상기해본다.
권효원<현대무용가>
이은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