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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人사이드]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형국 관장

2020-06-13

"올해 개관 30주년 대구문예회관, 제작극장으로 만들어 나갈 것"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극장)

[토크 人사이드]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형국 관장
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대한민국 제작극장의 중심'이 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자체 제작 콘텐츠의 양적·질적 확대와 지역성 연구, 시스템 재구성 등을 통해 문화예술회관의 위상을 높여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공연제작, 모든 극장이 꿈꾸는 시스템
4개 예술단 운영…상당조건 이미 갖춰


미술관 중요기능 학예분야 인력 2명뿐
대학과 협업 조사·연구 역할분담 구상

공공기관은 예술성에 투자 초점 맞춰야
관객 참여형 아카데미로 저변확대 계획

예술단 역량 펼치는 개관 30주년 행사
대취타·부용정 퍼포먼스 등 진행예정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새로운 비전은 '대한민국 제작극장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 3일 첫 출근한 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 신임 관장은 "모든 극장이 꿈꾸는 시스템이 제작극장이다. 유럽 극장처럼 극장 안에 오케스트라·합창단·발레단 등이 모두 있는 그런 시스템을 꿈꾼다"면서 "문화예술회관은 그런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하지만, 4개 예술단이 있고 행정지원·공연 기획 등 상당한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지역 예술계에서 만드는 공연 중 최고 수준을 선보일 수 있도록 예산 확보와 시스템 재구성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대구문화예술회관장실에서 만난 김 관장은 연필로 빼곡히 글씨를 써놓은 스프링노트를 책상 위에 펼쳐두고 있었다. 학창시절에 자주 사용한 일명 '연습장' 아니냐고 했더니 "줄 없는 이 노트를 좋아한다. 이건 (기자의) 질문지에 대한 답변내용을 미리 써놓은 것"이라면서 "생각나는 게 있을 때마다 이렇게 연습장에 적어둔다"며 노트를 휘리릭 넘겨 보여줬다. 김 관장은 "오늘이 4일째인데 바쁘긴 하다.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신임 관장이 생각하고 그리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현주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난 30년 동안 대구예술과 예술인,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많은 역할을 해 왔다. 대구에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하우스, 수성아트피아 등이 속속 설립되면서 하드웨어에 따른 기능이 많이 분산됐다. 크게 공연과 전시 두 가지 기능을 봤을 때 전시의 경우 조사·연구가 미흡했지만 상당히 잘 해왔다고 본다. 문화예술회관에서 관리·운영하고 있는 방짜유기박물관, 근대역사관, 향토역사관도 제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대구가 공연장 전문화가 많이 진행돼 왔는데, 그런 점에서 공연장으로서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분발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공연에 보다 포커스를 둔다는 구상이라고 봐도 되나.

"포커스를 둔다기보다는 분발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더 신경을 쓴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미술관은 중요 기능 중 하나가 학예다. 하지만 인력이 2명으로 조사·연구 여력이 되지 않는다. 영남대 대학원에 관련 학과가 있어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구상을 갖고 있다. 대구미술관이 다티스트(DArtist·대구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시작하는데, 지역성을 조사·연구하는데 역할을 분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공연 분야에서도 작품 제작 능력을 우선적으로 만들어내야 하고, 지역성·유일성에 대한 조명과 조사·연구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스토리텔링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김 관장은 "좋은 하드웨어와 인력을 갖추고 있으면 더 멋진 걸 만들어내야 한다. 국악단도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한다. 음악 레퍼토리 선정, 음향 등을 비롯한 공연시스템 등이 적절한가. 예술성이냐, 대중성이냐. 꼭 박수받는 것만 찾아갈 것이냐, 박수는 못 받더라도 먼저 길을 열어갈 것인가. 화두를 던져 의견을 나누고 필요하다면 방향 전환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성과 대중성, 어디에 초점 맞추고 있는 것인가.

"공공기관은 기초예술과 본질에 더 투자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 퓨전은 그 장르의 영역이 차고 넘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제작콘텐츠의 질적·양적 확대와 시스템 재구성 전략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경기도립국악단 신임 예술감독으로 원일씨가 부임하면서, 서양 오케스트라 편성에 맞춰진 국악관현악도 하지만 솔로, 듀엣, 소규모 앙상블 등 조각 조각 내 원형에 가까운 공연을 추진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극장마다 여건이 다르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면 된다. 예술단 내에서 스타를 만드는 등 바탕을 튼튼하게 해 사람들이 오고 싶은 문화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비슬홀에서의 장기공연도 검토해볼 생각이고 낭독극, 관객과의 대화 등도 확대할 계획이다. 시스템 재구성 중에 아카데미 사업도 있다. 예술단이 있는 공연장과 없는 공연장의 아카데미 운영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예술단과 아카데미 간 연결이 안되는데, 예술단 단원에게 실기를 배우고 관객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는 등 예술단 중심의 아카데미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관심을 유발해나갈 것이다."

김 관장은 9·11 테러 분석 보고서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9·11 테러 분석 보고서에서 테러를 막지 못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써놓은 줄 아십니까. 부서 간 칸막이 때문이라는 게 500페이지 넘는 보고서의 마지막 결론입니다. 수많은 징후가 있었지만 공유를 안 했던 거죠. 문화예술회관은 제가 봤을 때 틀이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사기능이 많아요. 일정 부분은 협조, 공유, 브레인스토밍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응집력을 내기 위해 소통하고 같이 추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는 "분야별 전문성을 존중하되, 공통 분모를 찾아 행복한 직장, 행복한 문화예술회관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행복한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틀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거듭 밝히면서 "직책을 떠나 목표를 공유하고 동기를 유발하도록 충분히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개관 30주년인데, 특별한 계획이 있나.

"8월13일에 잡혀 있다. 팔공홀에서는 4개 예술단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가 연출도 하고 아이디어를 내 공연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30년에 대한 비전 제시를 공연을 통해 보여준다는 복안이다. 아직 타이틀도 못 정했고 구상 단계다. 직원들과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저는 현재 '대한민국 제작극장의 중심'을 비전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팔공홀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낮에는 대취타 행진을 하고, 야외 공연장에서 악극, 성당못 정자인 부용정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그날 하루는 공연장 안팎에서 장르별 공연을 펼쳐 30주년 잔치를 시민들과 함께 만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문화계도 비대면에 대해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는 특히 관객이 참여하도록 하는 쌍방향으로 가야 한다. 비대면이 사회 표준이 되는데, 그에 맞게 사이버공간에서의 문화예술의 가치도 만들어야 한다. 온·오프라인의 상호보완이 돼야 한다. 전시의 경우 제작 과정이나 작가의 생각, 공연도 준비과정 등 전시·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영상화해 보여줄 계획이다. 클로즈업 등 카메라 워킹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연과의 차이를 만들어 클릭하고 싶은 콘텐츠 제작을 할 것이다."

▶대구시청의 달서구 이전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역할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청을 이전하면 획기적 하드웨어의 변화가 생긴다. 소프트웨어는 문화예술회관에서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공간에 오면 공연장 안이든 밖이든 대구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부터 시스템을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갈고닦고 방향을 만들어 신청사 시대에 대비해 나갈 것이다."

이어 김 관장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에 국악단이 한 국가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현하면서, 문화예술회관이 아트메이커로서의 한 축을 감당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지역 문화계의 문제점과 더 나은 지역 문화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 판단하는가.

"대구에 예술혼에 불타는 사람이 많고, 이들을 다 담을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이 부족하다. 그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역 예술인을 존경하고 더불어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많은 게 해결되리라 본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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