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0716010002848

영남일보TV

  • [6·3 스케치] 정치적 위기 때마다 뭉쳤다…선거 막판 서문시장 ‘보수 대결집’
  • “낮은 투표율 깨워라”…대구시장 김부겸·추경호, ‘사전투표 꼴찌’에 막판 총력 스퍼트

〔금주의 영화〕비바리움

2020-07-16 13:54


비바리움

평범한 삶을 꿈꾸는 톰(제시 아이젠버그)과 여자친구 젬마(이모겐 푸츠)는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소를 찾는다. 괴짜 분위기를 풍기는 중개인은 두 사람에게 '욘더'라는 독특한 마을의 9호 집을 소개한다.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즐비한 이곳은 적막함과 알 수 없는 기묘함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집을 둘러보는 사이 중개인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문제는 어떤 길로 향해도 다시 9호 집 앞으로 통하는 이곳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안식처"라는 중개인의 말과 달리 욘더 마을은 차츰 두 사람에게 지옥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비바리움'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하우스 미스터리 영화다. 기존의 공포 및 스릴러 장르의 어둡고 음산한 배경에서 벗어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설득력있게 파고든다. 영화의 제목인 '비바리움'은 관찰과 연구를 목적으로 테라리엄 속에 식물(혹은 동물)을 가두어 감상하는 원예 활동을 뜻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 역시 마치 누군가에 의해 사육되듯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에 갇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이 영화는 연출을 맡은 로칸 피네건 감독과 각본가 가렛 샌리의 흥미로운 상상으로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2008년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야기한 유령 부동산에 주목했고, "비슷한 모양의 주택 개발이 양자 현상처럼 영원히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았다. 앞서 감독은 2011년 발표한 단편 영화 '여우들'을 통해 자신의 기획의도를 상당부분 반영했지만, '비바리움'은 여기에 더해 현재 당면한 정치, 문화, 사회 문제들을 은유적인 풍자를 곁들여 외연을 확장시켰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단순한 일상에 피폐해져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개성과 선택의 자유조차 사라진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민낯을 보는 듯 하다. 현대인들은 삶이 반복적이고 지루해지는 것을 피하려 애쓰지만 막상 희망과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에 이르면 선택과 결정을 주저하거나 두려워한다. '비바리움'이 비현실적인 모습 속 현실적인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다.

단순함과 반복적임으로 공간의 특성을 살린 미술적 콘셉트는 기이하지만 매혹적이다. 개성을 상실한 현대 사회를 은유한 이 장치는 몰개성적인 개인들을 열거했을 때 환기되는 획일성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충격과 공포, 절망, 혼란, 그리고 희망까지 인간의 모든 감정을 인상 깊게 녹여내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승화시킨 작품이다.(장르:미스터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