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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하재근의 시대공감] 제2의 미국처럼 돼가는 한국

2020-08-07

타국에 대한 존중없는 태도
미국 콘텐츠 집중비난 받아
한국 가수들도 논란 휩싸여
선진국으로 인식된단 증거
해서 안되는 표현은 자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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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얼마 전 노라조의 조빈이 무려 10년 전 노래인 '카레'에 대해 사과했다. 인도식 표현이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최근 방송됐는데, 이것이 해외에 알려져 인도 팬들이 사과를 요구했다. 조빈은 "인종차별이나 종교모독의 뜻이 없었다"고 사과했다.

걸그룹 블랙핑크도 현재 활동곡인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 때문에 사과했다. 힌두교 신 가네샤 신상이 바닥에 놓였는데, 종교 모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블랙핑크 측은 사과와 함께 문제의 장면을 삭제했다. 마마무는 콘서트에서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브루노 마스의 '업 타운 펑크'를 부른 것 때문에 '블랙페이스'라는 지적을 받고 사과했다. 모모랜드는 'Baam' 뮤직비디오에서 여러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 논란이다. 이는 '다른 집단의 문화를 무단으로 사용함. 특히 그 문화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 문화권 사람을 배제 또는 차별적 표현 등을 포괄하기도 한다. 모호하고 광범위한 개념인데, 이것이 서양에서 문제가 돼 왔다. 백인들이 제3세계나 유색인종을 멸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중요한 이슈였다. 블랙페이스는 미국의 초창기 뮤지컬 당시에 백인 배우가 우스꽝스럽게 검은 칠을 하고 흑인 역할을 한 데에서 비롯한 것으로 전형적인 흑인차별 코드로 여겨진다. 외국 콘텐츠를 가져다 쓰면서 유색인종 역할을 백인으로 바꾸는 '화이트 워싱'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할리우드판 영화를 만들면서 여주인공을 백인으로 캐스팅해 논란이 일었다.

그밖에 다른 나라를 무시하듯 표현한 것도 문제가 된다. 케이티 페리가 뮤직비디오에서 고대 이집트 여왕 차림으로 등장했는데, 시중드는 남성이 이슬람을 상징하는 목걸이를 해서 비판 받았다. 우리나라도 미국 영화 '야전병원 매시'에서 볼거리로 사용됐다. 한국이 동남아처럼 그려졌는데, 한국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그저 한국을 이국적인 풍광으로 가져다 쓴 것이었다. '레모'에선 한국인 무술 사부가 냉장고에서 밥을 꺼내먹는 기이한 인물로 등장했다.

이렇게 타국에 대한 존중 없는 태도로 미국 콘텐츠가 집중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견제의 대상이고, 미국 문화가 세계의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 문화가 외국에 대해서 어떤 표현을 하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관심 자체가 없으니 한국 콘텐츠 내용을 알 수가 없었고, 설사 타국을 희화화하는 내용이 알려진다 해도 그걸 해외에서 차별로 인식하지 않았다. 한국이 잘사는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화적 전유 비판은 대부분 제3세계가 선진국을 향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국주의 열강 출신 국가들, 그중에서도 미국이 표적이 된다. 똑같은 표현을 해도 이들이 했을 때 제3세계에서 차별받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우리가 바로 그 문화적 전유 논란의 대상이 됐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건 해외 사람들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여긴다는 뜻이고, 미국 문화처럼 한류 콘텐츠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는 뜻이다. 미국은 세계에 콘텐츠를 팔기 위해 타국의 금기 등을 피해 나갈 다양한 지식을 축적해 왔다. 이제 우리도 미국처럼 타국인의 감정을 헤아리면서 해선 안 되는 표현들에 대한 지식을 업계가 공유할 때가 됐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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