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122010003138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계약과 이행 그리고 사회

2020-11-24

이원호
이원호 〈상화문학관 이장가문화관장〉

"그리하여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란 결말이 동화책 같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매일 술만 마시는 왕자님, 뭔가 불만이 가득한 공주님, 속 썩이는 자식들까지….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결혼이라는 계약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며 평생을 사는 것이 우리가 사는 동화의 에필로그다.

비단 결혼 계약뿐이 아니다. 계약이라는 게 원래 그런데 계약서를 쓰고 도장만 찍으면 끝인 것 같지만, 사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작과 동시에 파기되기도 하고, 지키지 못하는 계약이 허다하기에 그렇게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계약을 완수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신용이 있다'고 평가하고 따르는 것이다.

계약이라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과정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공공의 계약은 사인(私人)들의 계약과는 좀 다른 성격이 있다. 수립과 수행이 다른데, 수립은 여러 사람의 이권이 엮여 있어서 '사회적 합의'라는 과정으로 정당성을 더하고, 수행은 '공적 자금'으로 집행하게 된다.

여러 단계로 합의된 만큼 부담은 적고, 재원이 사인과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한 만큼 결정된 일을 차곡차곡 잘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번복하고 뒤집는 일이 오히려 흔하지 않은데 누군가 굳이 의도를 가지고 뒤집으려고 한다면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수록 이것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계약을 하고 일하다 보니 제일 문제가 되는 사람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약 내용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 알겠는데 그건 됐고…"라고 하며 계약판을 엎어 버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답이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드러누워서 떼만 부리는 사람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게 하고, 계약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이 과실을 가져갈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막기는커녕 활개칠 자양분이 되어준다면? 그런 사회라면 역시 마찬가지로 'No답 사회'일 뿐이다.

이원호 〈상화문학관 이장가문화관장〉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