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무정지 근거가 된 문건
판사 사찰 여부 논쟁의 초점
전제된 '공판과정' 대한 이해
'주요사건' 추린 기준 밝히면
작성 의도 합리적 추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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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어쩔 수 없이 공들여 읽고 분석해야만 했던 문건이 하나 있다. 지난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하여 검찰총장의 결재를 받고 반부패부로 배포되었다고 알려진 '주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문건이다. 이 문건은 아마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청구 및 직무 정지조치에서 가장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했던 것 같다. 앞으로 이어질 각종 절차에서도 이 문건을 과연 판사 사찰로 볼 수 있느냐가 논쟁의 초점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법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나는 이 문건에 대한 법적 평가를 두고 본격적인 공방을 벌이기 이전에 우리가 함께 깊이 고려해야만 할 몇 가지 주의점을 생각해 보고 싶다. 앞으로 사법적 공방이 치열해지면 두 진영이 다투다가 어느새 잊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미리 짚어두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은 지혜롭고 유능한 재판장이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듯 논점부터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먼저 주목할 것은 이 문건이 검찰 조직의 아주 민감한 사건들을 다루는 부서들 안에서 만들어지고 배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문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상식에 맡겨 평가해 보자는 식의 의도가 덧붙여지기도 했으나, 원래의 독자는 일반 시민들이 아니라 문건의 작성 의도와 맥락을 이미 공유하고 있었던 제한된 숫자의 검사들뿐이었다.
내가 아는 한,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법률가들끼리 사석에서 서로를 '김프로, 이프로'하면서 농담처럼 부르는 일이 잦았다. 그때의 언어 관행을 빌려 말하면, 이 문건은 일반 시민들이 아니라 이른바 '프로'들끼리 만들어서 돌려보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그 프로들, 즉 원래의 작성자와 독자들이 공유했던 특수한 사전 정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전제해야만 진정한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사소한 표현들이 생각보다 결정적일 수 있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문건의 내용인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은 단지 A4 용지 몇 장의 표 속에 들어 있는 정보에 그칠 수 없다. 그보다는 그 정보가 앞서 말한 '프로'들 사이에서 어떻게 소비되었고 또 활용되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실제의 공판과정에서 이 문건의 정보가 각 재판부를 대하는 검찰의 태도 및 방식에 연결되었는지가 중요하다. 문건 곳곳에 등장하는 특정 연구회 소속이나 합리적이라든지,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된 사연이라든지, 재판에서 존재감이 없다든지 하는 서술들은 그 연결점의 단서들이다.
여기서 부수적이면서도 중요한 논점은 이 문건에 전제된 '공판과정'에 대한 이해다. 과연 이 문건의 작성자가 공판과정을 재판부의 소송지휘를 받으며 피고 측과 공정하게 공격과 방어를 진행하는 절차로 보는지, 아니면 수사과정을 통해서 확보한 실체적 진실과 그것에 대한 법적 평가를 모든 도전을 물리치고 관철해내야 하는 절차로 보는지를 밝혀야 한다. 법정을 검사의 배틀필드라고 말한 검찰총장의 발언은 이 중 어느 쪽일까?
이상의 몇 가지와 함께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역시 이 문건이 그 작성 시점의 특수·공안 사건들 가운데 '주요 사건'을 추린 기준의 문제다. 이는 주체의 문제와도 곧바로 연결된다. 누가 무슨 기준으로 '주요 사건'을 선별했는지를 밝히면, 이 문건의 작성 의도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할 것이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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