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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극작가〉 |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대중문화에서는 '집'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 '집'과 '여성'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특히 '여성의 해방'을 다룬 이야기는 잊을 만하면 왕왕 선보인다.
필자는 대구의 극단 온누리와 '외출'이라는 작품을 공연한 적이 있다. 해당 작품은 제36회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환갑을 앞둔 숙경은 남편과 자식을 두고 남자인 친구와 집을 벗어나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당연히 가족들은 반대하지만, 기어이 그녀는 사막의 별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여기서 숙경에게 집은 '꿈을 찾기 위해' 탈출이 필요한 공간이다.
2008년 KBS에서 방영된 김수현 작가의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 속 한자는 대가족의 며느리이자 3남매의 엄마로 수십 년을 헌신 봉사했다. 그런 한자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 1년만 혼자 살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시아버지의 지지 속 한자는 홀로 원룸 월세살이를 시작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엄마의 휴가'라는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여기서 한자에게 집은 '나로 살기 위해' 탈출이 필요한 공간이다.
사실 필자의 '외출'이나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 또는 그 외 여성 해방을 다룬 작품의 시초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영향이 적잖을 것이다. 극 중 주인공 노라는 아내나 어머니가 아닌 '자신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 오늘날 관점에서는 그다지 파격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당시에는 수많은 논쟁과 비난을 받았고, 독일에서는 수정된 결말로 공연이 이뤄지기도 했다. 집 나간 '노라'는 결혼제도와 여성의 참정권, 남녀 평등 같은 다양한 '물음'의 기폭제로 활용되었다.
위 세 작품 중 두 작품은 주인공의 나이가 중년 이상이고, 한 작품은 19세기 말에 창작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젊은 세대와 변화한 가족 안의 여성이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해방' 역시 더는 파격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집'이라는 '공간'은 '변화'의 시작이었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때때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어쩜 '집'은 19세기 입센을 통해 우리에게 '여성의 해방'을 떠올리게 했다면, 21세기 오늘날에는 '사고의 해방'을 요구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김민수〈극작가〉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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