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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모든 신의 집 '판테온'

2021-03-16

이윤경
이윤경〈아동문학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2천년 전에는 그랬겠지만, 로마의 길들은 작고 좁고, 거칠고 불편했다. 그래서 아름다웠다. 도시 곳곳에 산재한 유적과 유물들을 배려한 길들은, 일상의 불편함쯤은 기꺼이 감내하는 로마사람들의 오래된 자부심처럼 보였다. 이어지고 연결된 길을 따라 걷다 모퉁이를 돌면 트레비 분수의 하얀 조각상이 그림엽서처럼 나타난다. 또 조금 걷다 팔라티노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포로로마노의 폐허 속 기둥들과 허물어진 신전들, 정교한 조각들로 채워진 티투스의 개선문이 우뚝하다. 이런 웅장하고 가슴 뭉클한 폐허라니….

로마 여행에서 가장 벅찬 감동을 받은 곳은 판테온이었다. 좁고 미로 같은 길이 끝나는 지점에 갑자기 거대한 건축물이 마술처럼 나타났다. 2천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내 앞에 나타난 건물은 시간을 비껴 여전히 단단했고 당당했다. 판테온은 기원전 25년 집정관 아그리파 때에 세워져 고대 로마의 모든 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후에 성모와 순교자를 위한 교회로 바뀌었다. 판테온은 위인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국부로 추앙받는 움베르토 1세, 엠마누엘레 2세가 묻혀있다. 놀라운 것은 왕들과 함께 르네상스 천재화가 라파엘로와 카라치, 작곡가와 건축가들이 그곳에 나란히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술가에 대한 그들의 헌사가, 거장에 대한 예우가, 위대한 왕에 대한 존경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부러움과 경외가 일었다.

놀라움과 감동도 잠시였다. 수많은 언어들이 뒤섞인 감탄과 환호, 가이드의 설명, 소음과 잡음이 판테온을 가득 채우는 사이,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소리에 나는 순간 얼어버렸다. 수백 명의 관람객이 동시에 경험한 아름다운 적막이었다. 미사복을 입은 신부님이 마이크를 들고 고요히 말했다.

'쉬~~~~~잇'

판테온을 가득 채운 언어가 일시에 사라지고, 숨소리도 발소리도 빨려들어 진공상태가 됐다. 그 순간 그곳에 각자 자신들의 신이 혹은 천사가 찾아 온 건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랬다. 엄숙과 경건이 나를 이끌어 의자에 무릎을 꿇게 했고, 신에게 닿을 수 있는 나만의 소리로 기도했다. 그날의 전율과 감동이 지금도 오롯이 남아있다. 세상의 소음과 잡음으로 지칠 때, 내 안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그날의 흉내를 내본다.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쉬~~잇' 곧, 고요와 평안이 스며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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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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