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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경 〈아동문학가〉 |
김용택 시인의 시 '그 여자네 집'과 소설가 박완서의 단편소설 '그 여자네 집'에는 그 여자가 살던 노란 초가가 나온다. 김용택의 시 속 그 여자네 집은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이다. 그 집에 살던 열아홉 살 첫사랑 그 여자, 시 속 그 여자네 집은 언제나 따뜻하고 환하다. 그래서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봄 햇살이 비추고 함박눈이 내린다.
박완서는 김용택의 시를 모티브로 소설을 썼다. 소설 속 그 여자네 집은 아련하고 슬프다. 소설은, 시 속 그 여자네 집이 꼭 자신의 고향마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된다. 실향민인 화자는, 자신과 동향인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의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 그 이야기 너머에 있는 일제강점기의 현실과 분단의 비극이 빚어낸 시대적 아픔을 이야기한다. 두 작품에 나란히 등장하는 풍경은 노랗게 이은 둥그런 초가다. 초가를 배경으로 살구꽃이 피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함박눈이 내린다.
내 고향 경북 성주 한개마을은 2007년 국가지정 민속마을이 되었다. 마을의 집들은 모두 예전의 모습으로 기와나 초가로 다시 짓거나 정비를 하고 있다. 주말이면 관광객이 들어와 마을 구경을 한다. 이제는 보기 힘든 옛집들과 돌담으로 이어진 고샅길이 비교적 잘 보전돼 있다. 내 고향집도 몇 년 전 초가로 복원이 돼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을 하고 있다. 부모님이 계시던 때처럼 마음대로 갈 수 없게 되었다. 가끔 관광객처럼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볼 뿐이었다.
멀리서 살고 있는 고향 친구가 돌아가신 부모님이 사시던 빈집을 글도 쓰고 관리도 하라며 내주었다. 마당은 넓고 담장은 낮아서 마을 앞 들판과 먼 산이 마당 안으로 들어온다. 지난 늦가을, 새 짚으로 이엉을 올린 초가는 노랗게 햇살을 받고 서 있다. 사랑채 마루에 서재를 만들고, 작은 방은 다실을 만들었다. 온종일 해가 드는 툇마루에 앉아 책을 읽다가 차를 마신다. 마당에 난 풀도 뽑고, 꽃나무를 심고, 아궁이에 군불을 지핀다.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고 사방이 어둑해오면 노트북을 꺼내 글도 써본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봄날, 매화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김용택의 시집을 폈다. 그 여자가 살고 있어 모든 풍경이 특별했던 그 집처럼 내게도 특별한 이 집. 그 여자네 집처럼 햇살이 곱고, 새떼가 지저귀고, 저녁 연기가 곧게 오르는, 고요가 아름다운 이 집. 정다운 풍경 안에 깃들어 있음이 눈물겹도록 고마운 봄날이다.
이윤경 〈아동문학가〉
이윤경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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