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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공수표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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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중 하나가 "다음에 식사 한번 하시죠"다. 사실 이 말은 거짓말이라기보다 단순한 인사치레로 하는 말 중 하나다. 듣는 사람들도 만남이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설사 그 순간 진심으로 했던 말이더라도 서로의 삶이 바쁘다 보니 성사되는 경우가 적다. 그래도 서로의 정을 확인하고 몇 번 반복되다 보면 만남이 이루어질 때도 있으니 만남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이런 인사치레를 넘어 공수표를 날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수표는 선거 때 가장 남발된다. 정치인들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OO을 하겠다"라는 약속을 수없이 하지만 그것이 이행되었다는 체감도는 매우 낮다. 2020년 5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민선 7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 이행률이 37.18%라고 한다. 최고등급을 받은 지자체장의 공약 이행률이 51.78%라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공수표가 무서운 점은 약자들의 희망에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어떤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계 진출을 미끼로, 어떤 대학교수는 시간강사 자리를 미끼로, 어떤 기업의 간부는 취업을 미끼로 공수표를 던진다. 약자들은 그것이 공수표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공연계에서도 습관적인 공수표가 많이 돌아다닌다. 이번에는 예산이 적어서 공연보상금을 조금밖에 책정하지 못 했지만 다음에는 더 많이 책정하겠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공수표다. 슬픈 현실은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예산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예산을 집행하는 대표가 자신의 몫을 가장 먼저 챙겨두고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공연의 예산이 넉넉하게 책정되었을 때에 수도권의 유명한 배우나 스태프들을 캐스팅해 작품을 만드는 경우다.

같은 공수표라고 하더라도 희망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고통 분담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희망을 빼앗는 공수표만 남발된다면 그것이 갑질이고 공멸의 지름길이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공수표를 주고받는다. 그것이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다. 그것이 언젠가는 백지수표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박재민 〈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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