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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초등교육을 풀뿌리 자치 현장으로

2021-05-19

지방자치 부활 30년이지만

풀뿌리 교육자치제는 의문

초등과 유치원 교육 통합해

기초지자체에 책임 맡겨야

자치역량 결집해 성과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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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이하면서 읍면동 자치의 재시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인구 100만명을 넘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여럿인 데서 보듯, 현행 자치 단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서 풀뿌리 자치의 실현을 위한 합당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하나 염려되는 것은 읍면동이라는 명칭에 암묵적으로 내포된 행정 중심, 관 중심의 지향성이다. 풀뿌리 자치의 부활이 자칫 읍면동 단위에서 행정 중심, 관 중심의 기득권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피하면서 풀뿌리 자치의 에너지를 시민들의 삶의 공간에서 확보할 방법이 있을까? 지난 10여 년간 벌어진 초등교육의 변화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2008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무상급식, 무상보육에서 시작하여 초등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그 핵심은 오랫동안 학교 교육 체제에서 빠져 있었던 초등학교 이전 교육, 즉 보육과 유치원 교육이 사실상 공교육체제로 편입된 것이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책과 연결되면서 이미 엄청난 규모의 복지예산이 투입되고 있고, 초등학교 이전 교육을 초등교육에 본격적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시도도 여러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이 문제를 풀어 가기에 현재의 교육체제, 특히 교육자치제도는 과연 적합성을 가지고 있는가? 현재의 교육체제는 중앙 정부의 교육부와 광역 단위의 교육청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기초 단위에서는 교육자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교육은 교육청이 맡고, 보육과 유치원 교육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책임의 태반을 부담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와 같은 상황을 누구도 풀기 어려운 정책적 난맥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뿌리 자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회 혁신의 가능성과 연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초등교육을 풀뿌리 자치 현장으로 만들 아이디어를 제시해 본다.

우선 초등학교 교육과 초등학교 이전 교육을 하나로 엮어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맡겨보자. 중앙 정부가 고등교육을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교사양성, 교육체제의 관리 감독 및 평가를 맡고, 광역 단위에서는 중등교육을 대상으로 교육청을 통한 교육자치를 유지하며, 기초 단위에서는 초등교육을 일반 자치와 통합하는 체제다. 여기에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초등교육의 거버넌스를 상당 부분 재구성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해보자. 물론 교육과정의 전국적 일관성 유지와 교사의 전문성 존중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면 각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풀뿌리의 자치역량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결집할 것이고, 초등학교 이전 교육에 투입되는 기왕의 복지예산이 각 지역의 돌봄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교육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초등교육은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정치적 현안이 될 것이고, 더 나은 초등교육을 위한 혁신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초등교육은 풀뿌리 공동체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20년 동안 지방분권 운동에 관여하면서 남몰래 느끼는 부끄러움이 하나 있다. 정작 내가 포함된 기성세대는 풀뿌리 자치를 경험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점이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이 부끄러움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일단 초등교육을 풀뿌리 자치 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년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의 공론화를 서둘러 시작했으면 한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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