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대구의 한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던 A(여·당시 78세)씨가 낙상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19 구급활동일지를 보면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요양원 관계자가 A씨에게 심폐소생술 중이었지만 A씨의 의식과 호흡, 맥박은 없는 상태였다. 요양원에 있던 자동심장충격기(AED)는 고장으로 작동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노인 전문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에도 자동심장충격기(AED)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소방청이 발표한 2006~2018년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급성심장정지 환자 생존율은 8.6%였지만 AED를 사용할 경우 생존율은 44%로 치솟았다.
AED가 정상 작동됐다면 A씨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노인복지시설로 분류되는 노인 전문 요양원 등은 AED 등 응급장비의 '필수 설치'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르면 AED 등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갖춰야 하는 시설은 △ 공공보건의료기관 △ 구급대·의료기관에서 운용 중인 구급차 △ 여객 항공기·공항 △ 철도차량 중 객차 △ 20t 이상 선박 △ 공동주택 등이다. 노인복지시설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으로는 요양원에 있었던 AED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해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김규환 의원이 일정 규모 이상의 노인복지시설에도 응급 장비를 갖추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대구지역 소방 관계자는 "노인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라 의사도 없어 요양보호사 등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데, 사실 손으로 하는 것과 AED를 사용하는 것은 소생률에서 확연히 다르다"라며 "국내의 요양원이 수없이 많은 만큼 모두 AED를 설치하라고 강제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AED 공급 문제도 있을 것이다. 요양원 규모에 따라 연차적으로 AED 설치를 강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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