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천166억3천만달러로 주요 36개국 가운데 중국 다음이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 강국 독일과 일본의 흑자를 합친 것보다도 137억달러 많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성적표다. 이 기록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세계시장에서 보여준 한국 반도체의 저력에 박수를 아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박수 소리에 취해 다가올 위험마저 외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를 때 가파르고, 꺾일 때도 가파른 산업이다. AI 투자가 이어진다 해도 공급이 늘고 경쟁이 거세지면 가격은 언제든 방향을 틀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4천219억달러로 예상되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31년에는 1천775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례적인 호황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일 수 있지만, 5년 새 흑자가 절반 넘게 줄어든다는 전망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더욱이 지난 9월에는 전체 수출의 절반을 반도체가 차지했다.
반도체의 성장세가 꺾이더라도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줄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는 것이 과제다. 그 대안 중 하나는 K-제조업의 재평가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수십 년간 산업현장을 지켜온 자동차부품·기계·철강·전자부품 기업들이 있다. 기술을 고도화하고 생산성을 높여 세계시장에서 다시 설 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처럼 천문학적인 흑자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수많은 제조기업이 저마다 제 몫을 해낼 때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은 단단해진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전략도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큰 무게를 실어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