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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경〈한의사〉 |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여동생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몇 년 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민 간 동생을 보러갔다. 동생 덕분에 캐나다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캐나다에서 특히 인상적이고 부러웠던 것이 도서관이었다. 당시 우리는 도서관 하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생각하던 시대였다. 동생이 사는 도시는 인구가 10만명 남짓이지만 도심에 큰 도서관이 있고 동네에는 단층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서는 도서 대출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 동화 구연과 문화 행사가 요일별로 다양하게 열린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뿐만 아니라 CD와 DVD도 빌려주는 것에 놀랐다. 조카들은 도서관에 갈 때마다 책과 DVD를 한 아름씩 빌려왔다.
선진 문물을 보고 온 나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았다. 우리 집은 시지동인데,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 효목도서관이었다. 가깝지는 않지만 아무튼 갔다. 그런데 아동 도서 서가의 책들은 낡고 지저분한데다 실내는 너무 추워서 책을 펴놓고 읽기 힘든 환경이었다. 한 번 가보고는 더는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도서관을 다시 찾게 된 것은 동네에 새 도서관이 들어선 후다. 새 건물에 새 책이라 시설은 당연히 좋았다. 인터넷으로 책을 검색하고 이미 대출된 책은 예약을 걸고 다른 도서관 책은 가까운 도서관으로 상호대차를 신청한다. 반납도 가까운 도서관에서 하면 된다. 도서관에 없는 책은 희망도서 신청을 한다. 열람실 한 쪽에는 대형 텔레비전이 비치되어 DVD를 넣고 이어폰을 낀 채 혼자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또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강좌들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내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DVD 대출이다. 도서관 DVD중에는 극장에서 개봉된 적 없는 숨은 명작들이 많다. 나는 빌려온 DVD를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넣고 안방에서 편히 영화감상을 한다.
예약도서, 상호대차도서, 희망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내 휴대폰에 수시로 뜬다. 나는 신간 서가에서 새로 온 책들을 꼼꼼히 살핀다. 전인미답의 새 책을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서가를 어슬렁거리며 노는 곳이다. 혼자 놀기에 딱 좋은 장소가 도서관이다.
이은경〈한의사〉
이은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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