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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미지'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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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극단 한울림 배우〉

연극을 시작했던 때 우리끼리 하는 말로 나는 '아줌마 전문 배우'였다. 대부분 작품에서 아줌마 역을 맡았다. 싱싱하고 풋풋했던 그때는 그게 재밌었다. 20대 초·중반의 아가씨가 아줌마 전문 배우라니. "하하 호호"하면서 웃어넘겼다. 연기 내공이 쌓여 '30대 후반이 되면 더 맛깔나게 아줌마 연기를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런데 정말 아줌마가 되어보니, 이럴 수가! '할머니 전문 배우'가 되어 있었다.

지금 두 작품을 연습 중인데 둘 다 할머니 역이다. 얼마 전 일정 조율이 어려워 하차한 작품에서도 할머니 역이었다. 그러고 보니 하반기에 준비 중인 '맛있는 새, 닭'에서도 할머니 역이다. 이렇다 보니 외적으로 풍기는 나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하긴 출산 후 넉넉해진 몸집, 관리라곤 해본 적 없는 얼굴, 늘 편한 옷차림. 당연한 결과인가 싶기도 하다.

이미지 관리를 좀 해 볼까 생각하다 문득 그날이 떠올랐다.

스물셋, 넷이었을 때 따르던 목사님 소개로 연예계 활동을 하는 모델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광고를 찍거나 유명드라마에서 단역으로 간간이 나오던 분이었다. 나의 꿈이 연기자이니 조언을 받아보라는 식의 만남이었다. 중학생 아들이 있다던 그분은 매우 늘씬했고 세련됐다. 그에 반해 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청바지에 흰 티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20~30분 만남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분의 말씀은 다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의 이미지를 바꾸지 않으면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는 매우 현실적 조언을 들었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에 엉엉 울었다. 앞으로 영영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처럼….

하지만 보다시피 나는 배우가 직업이다. 그날의 눈물이 살짝 창피해질 만큼 짧은 시간 뒤에 데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냥 나였고, 수수했고, 촌스러웠다. 그럼에도 연기자, 배우가 됐다. 그분이 말씀하신 조언은 TV나 영상 같은 화려한 연예계 데뷔에 관한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이 길이든 저 길이든 나는 배우다. 이미지 관리, 안 하련다. 그래 할머니 전문 배우로, 할머니의 길을 갈고닦다 보면, 할머니 이미지가 너무 좋아, 할머니로 연예계 데뷔를 할지!
정선현〈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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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 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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