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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야기의 힘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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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극단 한울림 배우〉

또 한 편의 공연이 막을 내렸다. 부동산에 모인 다양한 연령층의 인물들이 수다를 떨며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위로한다는 내용의 연극이었다. 극 중 숫기 없던 인물의 대사가 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힘을 얻을까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힘을 얻을까요?" 공연 연습기간 내내 듣던 대사인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그 질문에 어렴풋이나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울림'이라는 한 극단에서만 공연하다 보니 다른 극단 배우와 만나거나 함께 작업할 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 번씩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작업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얼어 붙어 한 없이 조심스러워진다. 그렇게 얼어붙은 몸과 마음에서 어떻게 편하고 부드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런 나를 알기에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작품 연습에 들어가면 대본 분석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의 벽을 깨보려 노력하는 것. 그런데 이번 공연 연습에서는 그게 빠졌던 것을 공연날이 임박해서 알게 됐다. 모든 연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리허설까지 마쳤는데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영 편하지 않았다. 내가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 했기 때문인 듯 했다. 끙끙 앓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에 마음속 이야기를 터트렸다.

얘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단단하게 서 있던 마음의 벽이 흔들거렸다. 조금더 자신있게 배우들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이 조금은 진실해져 관객들 앞에 부끄러움이 없었다. 나름 스스로 만족할 만한 공연을 올렸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이유가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 나의 오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난관이 있어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팩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소할지라도 내 마음을 무겁게 한 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꺼내 놓음과 동시에 내 마음의 짐은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함께 귀를 기울여준 사람들이 그 무거움을 가져가 준다. 나의 짐을 함게 들어준 사람들이 피드백 해준다. 그 이야기를 듣는다. 그 안에서 위로를 발견한다.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마음의 걸림돌일수도 있지만, 이야기 하기에도 하찮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꺼내놓고 나니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구나. 그게 이야기구나.
정선현〈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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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 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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