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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경〈한의사〉 |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기쁜 소식이다. 멀리 터널의 끝이 보인다. 작년 2월말 코로나19가 심상찮다는 보도에 나는 여수에 예약한 숙소를 취소하면서 코로나의 긴 터널로 들어왔다. 캐나다에 사는 여동생 가족은 제부의 부친 팔순 생신에 맞추어 작년 5월에 한국에 오기로 했다. 설마 했는데 결국 비행기는 취소되고 영상으로 생신 축하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큰딸은 미국에서 직장을 다닌다. 재작년 12월말 결혼식을 하기 위해 귀국해 부랴부랴 식만 올리고 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그때 결혼식을 하지 않았다면 딸아이 결혼식은 기약이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 창궐 직전에 결혼식을 올린 것이 가족으로선 신의 한 수였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토록 위험한 적이 없었다. 모임은 시한폭탄 같았다. 지인이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격리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적이 턱밑까지 쳐들어온 것처럼 두려웠다. 혼자 계시는 친정어머니가 가장 걱정되었다. 운동과 계모임, 성당 출입이 다 금지되고 아파트경로당까지 폐쇄되어 종일 혼자 계셔야만 했다. 초등학교 입학생들은 첫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 채 1년이 가버렸다. 고3이던 조카는 꽃다발과 축하 사진 한 장 없이 싱겁게 학교를 졸업했다.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가 마스크를 얌전히 쓴 모습은 볼 때마다 기특하고도 짠하다. 매일 오전에 발표되는 확진자의 수에 일희일비했다. 작년 봄이 지나면서 숙지는 것 같던 코로나는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는 지쳐갔다.
학생들과 재택근무자들은 온라인 강의를 듣고 회의를 한다. 나는 전부터 듣고 싶은 강의가 있었는데 장소가 서울이라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강의도 올해는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나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도 수강할 수 있다. 줌카메라로 하는 온라인 수업이 나와는 무관한 세상의 것인 줄 알았는데, 코로나는 내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회를 주었다. 온라인 강의가 부실하다는 편견은 무지였다. 실제 강의실에 앉아 강의를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질문하고 토론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강의를 듣기 위해 오가는 시간 낭비가 없고 딱딱한 강의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든 나이인데, 내 방의 푹신한 의자에 앉아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세상일이란 다 좋은 것도 다 나쁜 것도 없다.
이은경〈한의사〉
이은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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