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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획자 |
미술관 바닥에 누군가가 둔 안경을 보고 많은 관객이 예술작품으로 착각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미술관이라는 특수한 장소는 평범한 사물에 일종의 권위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미술관의 권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미술을 제도비평미술(institutional critique)이라고 한다. 1979년 마이클 애셔(Michael Asher)는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 전시에서 미술관의 외벽인 알루미늄판 10개를 떼어낸 후 미술관 내부 전시장으로 이동시킨 후 벽에 걸어 전시하였다. 전시가 끝난 후 미술관은 이 작품을 영구소장품으로 구입하였다. 원래 미술관 소유의 알루미늄 외벽들은 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고 미술관은 알루미늄판들이 원래 있던 자리인 미술관 외벽에 재설치하였다. 동일한 알루미늄판이 전시가 끝난 후 예술작품이 된 것이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한스 하케, 다니엘 뷔렝, 마르셀 브로타에스, 마이클 애셔 등의 작가들은 화이트 큐브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미술 제도가 이데올로기적이며 규범적인 장치라고 인식해 미술관의 제도적 프레임을 폭로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제도비평미술은 지금도 진화하며 다양한 맥락에서 미술제도가 은닉해왔던 정치적·경제적 기반 및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3월11일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비플'이라는 예명을 쓰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작품이 6천930만달러(약 785억원)에 팔리며 예술품 거래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작품은 300메가바이트(Mb)의 용량을 가진 1개의 컴퓨터 JPG 파일이었다. 가상화폐처럼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자산이라는 점에서는 비트코인과 비슷하나, 각각의 디지털 자산이 고유한 인식 값을 담고 있다. 즉 NFT가 적용된 작품은 작품의 소유권과 거래이력이 명시되어 배타적인 독점권이 보장된다. 국내에서는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그림을 기반으로 한 10초짜리 영상 'Missing and Found'가 288이더리움(약 6억원)에 판매됐다. 이 작품은 NFT가 적용된 국내 첫 미술품이 되었다.
NFT가 적용된 작품을 제도비평미술처럼 미술시장과 제도에 가하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는 NFT 미술은 기존 미술계의 권력과 체계를 분산하는 역할을 기대하지만 아직은 새로운 투기대상처럼 보인다.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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