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서 ‘경북 일부 기초의회 반대’ TK 통합법 보류
학계, 광역지자체간 행정통합 ‘관계 지방의회’는 광역의회
국민에 대한 공정한 법 적용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 나와
“입법 부작위로 인한 대구경북 권리 침해, 소송 사유” 주장도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련 이미지
"법은 하나다. 나한테도, 당신한테도." 과거 법조인들을 다룬 드라마에 나온 대사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법 적용에 있어 함부로 예외를 두거나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은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는 것은 모든 인간의 권리"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명백한 법치국가다.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정치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극단적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정치판에 과연 진짜 '정의'가 있을까. 많은 국민은 알면서 침묵할 뿐이다. 그런 환경에서 기댈 수 있는 것은 '공정한 법 적용'뿐이다. 하지만 법 적용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이 국회의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포착됐다.
지난 1일 전남·광주 행정통합특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은 국회 법사위에서 계속 보류 상태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경북 8개 의회(기초의회를 말함) 의장단은 또 (통합을) 하지 말라고 발표했는데, 국민의힘이 (당내) 의견을 모아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을 법사위에 올리지 않는 이유로 '일부 기초단체 의회 반대'를 든 것이다. 같은 당 소속 다른 의원도 다음 날 같은 취지의 주장을 언론을 통해 내놨다. 한 원내대표는 2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관계 지방의회는) 광역의회가 맞고, 종합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단일한 의견을 만들어 보면 더 좋을 것이라는 제안이었다"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지방자치법 내용 일부.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를 폐지, 설치, 나누거나, 합칠 때는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선 해당 발언이 심각한 법 위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지방자치법(제5조 3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폐지·설치 또는 나누거나 합칠 때는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에서 '관계 지방의회'는 광역의회라는 게 학계 전문가의 해석이다.
대구대 최철영 교수(법학부)는 "지방자치법 제5조 3항은 광역지자체 간 통합의 경우 광역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의 입법 과정을 살펴봐도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광역지자체 간 통합을 하며 '기초의회 동의'를 문제 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지역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법률상 요건을 갖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정치권에서 내건 온갖 무리한 조건들로 막혀 있다"며 "국회의 입법 부작위로 인한 대구·경북 지역의 권리 침해, 경제적 손실과 행정력 낭비 등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 소송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학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행정통합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적어도 대구·경북 통합에 적용되는 법적 기준들이 광주·전남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부) 역시 "지자체를 합칠 때에는 '법률'로 정하도록 지방자치법은 명시하고 있다"며 "일부 기초의회의 반대 목소리를 근거로 대구·경북 통합특별법 처리를 가로막는 것은 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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