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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홀로 상자

2021-08-16

김서울
김서울〈화가〉

이따금 입주작가로 있는 대구예술발전소의 스튜디오에서 나와 천천히 산책하며 근방을 돌아본다. 작품 제작 중에 한숨 돌리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밖으로 나오는데 하루는 문득 하늘을 보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거대한 상자가 내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위압적인 높이로 적층된 도시의 상자들-아파트는 이곳 주위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또 둘러싸듯 사방에서 한창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우리가 사는 도시는 적층하기 쉽도록 상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게 나누어진 수많은 상자 안에서 우리는 모이고도 외로운 순간들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대구에서는 작년 3월부터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다른 도시들보다 더 길고 긴 시간을 각자의 상자 안에서 보냈다.

도시 속의 상자 공간을 배경으로 뜻하지 않게 부여된 고립의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번잡했던 일상으로부터 우리를 분리시키는 경험을 하게 하였다. 항상 분주하게 달려야만 유지되었던 일상 속에서 타의적으로나마 스스로를 충만하게 채우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작년 초에 대구에서 강력하게 유지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나는 작업실에 찾아오던 지인이 없다는 것과 자잘한 모임들이 없어진 것을 제외하면 적어도 작업실 안에서는 평소와 같은 생활을 했다.

나에게 있어 항상 혼자 고요히 작업하는 시간은 '나'로 가득히 채워지고 정신적으로도 매우 충만해지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순간과 공간을 '홀로 상자'라 부른다. 나에게는 작업실이 그 홀로 상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업무 중 잠깐 화장실에 들러 작은 한 칸의 공간 안에서 한숨 돌리는 순간이 홀로 상자였을 수 있다.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 주어지는 홀로 상자는 스스로의 안으로 침잠하여 자신에게 집중하는 평화로운 한 때를 선사한다.

그리고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모든 사람이 홀로 상자를 경험하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취미생활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SNS를 통해 사람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지 않았을까. 우리가 모두 각자의 홀로 상자를 만끽하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코로나 시대의 고립이 단순히 삶의 파괴가 아니라 삶의 새로운 발견이 되기를 바라본다.
김서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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