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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울〈화가〉 |
9주간 문화산책 연재를 하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자유로운 글쓰기를 매주 하였다. 창작활동과 관련된 글은 간간이 쓰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여 글을 쓴 것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이다. 무엇을 써야 하나, 또 나다운 글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를 고민하였다. 해답은 이미 내가 해온 것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손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으면 영감을 얻기 위해 책이나 영화, 여행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나 감성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연필을 들고 무작정 손을 움직여 그리는 것이 나의 무의식 안에 이미 잠자고 있는 것들을 꺼내어 좀 더 나다운 그림을 그리게 한다. 머리로 생각하고 의도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연필을 들고 손을 움직이다 보면 내면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감각들 그리고 표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무의미한 낙서에서 나오는 선들이 이미지가 되기도 하고 무심코 쓴 단어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두 달간 문화산책을 쓰면서 처음으로 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자주 쓰는 단어를 우선 떠올리며 자유롭게 써봄으로써 나다운 소재와 표현, 키워드를 찾았다. 임마누엘 칸트는 '손은 외부의 뇌'라고 했다. 바로 손이 외부에 나타나는 제2의 뇌라는 것인데, 지금에 와서는 두뇌 발달 촉진에 관한 이론 등에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칸트가 살았던 시대는 뇌의 기능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시대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사실을 깨달았을 것인데, 나 역시 경험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발견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세상에서 새로운 발명과 발견은 의미 없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반세기를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며 쉼 없이 달려온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목적 없이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컬러링 북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손을 움직이고 이를 통해 색을 느끼는 것이 새로운 삶의 감각과 의미를 사람들에게 경험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코로나19로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몇 해 전부터 드로잉과 글쓰기 모임이 많이 형성되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듣는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 의미 없는 낙서라도 좋다. 놀이하듯 손으로 그리고 쓰면서 삶의 새로운 발견을 해보길 권하며 연재를 마무리한다.
김서울〈화가〉
김서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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