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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만의 교육철학

2021-08-31

이중희
이중희〈미술사학자〉

이번 여름방학에도 어김없이 하나뿐인 외손자와 딸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손주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마트로 직행, 기어이 장난감부터 손에 넣고서야 바로 나와 장난감 놀이로 온 집안 난장판을 만든다. 손주는 본래부터 나를 아예 함께 딩굴고 노는 영원한 짝궁 취급이다. 총 쏘기, 칼싸움, 숨바꼭질, 권투시합, 거기에다 범 내려온다 춤사위까지 모두 함께 해야 직성이 풀린다. 외부인이 보면 완벽한 노소 한통속의 영락없는 '희귀족 집안'이다.

어릴 때 바로 옆집이 우리 큰집이었다. 조부모님, 백부모님 모두 계신 큰집에 자주 들락거리며 자랐다. 그럼에도 그 후 어른이 돼도 뇌리에 조부모님, 백부모님에 대한 특별한 이미지가 없다. 집안 핏줄은커녕 가문에 대한 어떤 자부심도 없다. 가부장적인 근엄한 가풍으로 꼬마에 대해 애정어린 말씀 따위는 전혀 뇌리에 없던 탓이다. 그래서 '근엄한 가풍이 도대체 어디에 필요한가' 어른이 되어 가끔 되묻는다.

여느 엄부와 다를 바 없던 필자가 지금처럼 2세에 대한 확고한 철학(교육관)으로 재정립한 계기가 있었다. 차라리 그건 '사건'이었다. 아들이 서울지역 대학에서 낙방하고 수원의 모 대학에서 성적과 담쌓고 인생을 연소시키는 장소로 2년쯤 보내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휴학해 배우학원을 다니겠다고 했다.

충격을 받은 나는 그와 담판에 돌입했다. 밤새껏 아들과 통음하면서 설득이란 설득을 쏟아부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그의 고집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눈물로 심중의 한 마디를 흘렸다.

"좋다. 영화배우 학원에 다녀라. 왜냐. 집안의 기둥이자 엄마아빠의 희망인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따라야지 않겠나."

그후 배우학원 생활을 하다가 전역 후 복학할 무렵, 나부터 엄부 이미지를 패대기치고 절친으로 탈바꿈하고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후부터 자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생활, 친구, 학교 이야기 등 진정한 속 깊은 이해자로 탈바꿈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세계로 향한 꿈을 좇아 온몸을 공부세포로 재생시켜 화답했다.

세상을 떠난 뒤에 그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다. "아빠(외할아버지)와는 서로 소통 못 할 얘기가 없었고, 1㎝ 간격도 없이 심리적으로 한 몸이었다. 나의 가장 친근하고도 진실한 이해자이고, 세계로 나아갈 꿈과 방법까지 짚어주신, 영원한 절친이자 버팀목이셨다."
이중희〈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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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희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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