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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비호감 선거 판 읽기

2021-10-29

시원하게 싸워라. 진흙탕 싸움 속에 스스로 민낯을 화끈하게 드러내라. 오히려 그 방식이 좋겠다. 그게 정직하겠다. 정책 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품격 있는 대선전을 바라는 마음은 일찍 접는 게 상책이다. 품격? 그대 몸에 맞지 않다. 되지도 않을 희망에 집착하는 건 자학이다. 달갑잖지만 혹 이 나라에 행운이 있어 이런 C급 후보가 국정운영만은 똑 부러지게 잘하는 대통령으로 변신할지 누가 알겠나. 인간말종급 입신사(立身史)는 부지기수다. 돈과 권력의 행운은 거룩한 규범과 도덕으로 얻는 게 아니다. 정치는 더더욱 그렇다. 옳은 것이 이기는 게 아니라 강한 것이 이긴다. "삶의 조그만 일탈쯤이야…." 국민은 고맙게도 이런 너그러운 마음으로 막장 후보를 포용하고 갈채를 보낸다. 오직 승리다. 시중의 장삼이사조차 강경 전투 모드다. 같은 편이 설령 마음에 안 들어도 상관없다. 손바닥에 피멍이 들어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같은 싸움이다. 슬픈 풍경이고 정치의 후퇴다. 20대 대선이 이런 저급한 C급 감성에 지배당하고 있다. '비호감 선거'란 비판은 오히려 점잖고 과분하다.

대선일 D-130, 국민의힘 후보 선출일 D-7 판을 읽는 두 가지 예측에 동의한다. 하나는 '3% 싸움', 다른 하나는 '윤석열 대권 60~70%'다. 두 예측 다 별 근거 없다. 예언과도 같은 어림짐작이다. 요약하면 '윤석열의 불안한 리드'. 윤석열의 리드가 지속하는 비결은 뭘까. 막말 사고만 치고 온갖 의혹이 쌓여도 지지율이 끄떡없는 이유. 이해를 돕는 장면이 있다. 며칠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한 분과의 사석에서 우연히 엿들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통화 내용 중 한 토막이다. "그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해준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무리 사고 쳐도 닥치고 지지하는 까닭을 보수진영 수장로(首長老)답게 일성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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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멸문 직전의 보수가 꿈조차 꾸지 못하던 일을 윤석열이 가능케 한 것은 사실이다. 보수에 윤석열은 그런 은인 같은 존재다. 그게 모든 허물을 덮는다. 만독불침의 전신갑주처럼. 그러나 후보 결정 일주일을 앞두고 틈이 생기고 있다. 작은 생채기라도 잦으면 누동(漏洞)이 되는 이치다.

6대 4 정도로 걸겠다. 그래도 윤석열이 유리하지 않겠나. 국민 여론에서 홍준표의 막판 스퍼트가 눈부시지만, 당심의 격차가 워낙 크다. 동물적 후각을 지닌 의원들이 막판 윤석열에게 몰리는 이유가 다 있다. 홍준표에겐 시간이 아쉬울 터이다. 그러나 일주일. 변수가 작동하기에 절대 짧지 않다. 두 가지에 주목한다. 결정적 헛발질, 그리고 후보 단일화.

누가 되든 여당과는 3% 싸움이다. 박근혜 vs 문재인의 2012년 대선전(51% vs 48%)과 흡사하다. 박빙에다 변수가 차고 넘치니 어느 쪽이 3%를 더 가질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정권교체 지수가 높지만, 보수 일각의 "야당 경선이 대선 본선"이라는 호들갑은 교만이다. 물 들어올 때 노 던지려는가. 윤석열에 100 다 걸지 않고 남겨둔 김종인의 나머지 '30~40%'에는 어떤 근심이 있는 걸까. 3% 싸움은 사소한 것에 훅 가는 살얼음판 대결이다. 잘해서 이기긴 쉽지 않지만 실수 많은 쪽이 지는 판이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며칠 전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그는 서문에서 "역사의 발전을 예전처럼 확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한다. "한 번의 사회혁명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동의한다. 작금 우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 있나. 정권교체?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까. 바뀔 것은 정권이 아니라 정치다. 초겨울 입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순간에 충실하자. 오지 않은 봄을 지레 겁낼 것 없다.
이재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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