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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내가 구매한 NFT의 미래가치 얼마일까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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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100개를 제작하여 개당 1억 원에 한정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 세종의 명으로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박팽년 등 집현전 학자 8명이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집필한 한문 해설서다. 그런데 금전적 가치를 논할 수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갑자기 판매한다니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일단 원본이 아닌 NFT로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이기에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NFT는 무엇일까?

무한복제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에 원본 증명하는 보증서 구매 개념
디지털 예술가 '비플'의 NFT 작품 785억에 낙찰 돼 전세계적 주목
엔터테인먼트산업과 접목땐 가수 포토북 등 부가가치 창출 잠재력 충분
영남일보선 국내 언론사 최초로 자체 NFT 전용 플랫폼 오픈해 큰 호응


NFT는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로 우리 말로는 대체 불가능 토큰으로 번역된다. NFT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하는 기술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에 원본 개념을 적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경우 각각의 코인이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기에 대체 가능한 토큰이라 부른다. 반면 NFT는 개별 토큰이 고유의 값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가치가 다를 수 있기에 1대 1 교환이나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곧 유일한 원본 혹은 희소한 자원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간송미술문화재단의 발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판매한다는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의 디지털 파일을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NFT로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내용이다. 국가지정문화재를 NFT로 제작하여 판매하는 첫 사례이다 보니 문화재계에서는 문화재의 대중화와 이해 증진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찬성 의견과 국보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미 NFT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적용되면서 블록체인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음은 분명하다.

현재 NFT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세의 아이콘이다. NFT의 개념 그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되면서 응용 분야가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와 결합되면서 파급력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NFT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예술, 엔터테인먼트, 게임, 스포츠 등이며 금융, 부동산 등으로 확산하면서 경제 분야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가 발전하면서 가상경제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NFT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11일 유명한 디지털 예술가인 비플(Beeple)이 NFT로 만든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글로벌 미술품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소에서 6천934만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언뜻 생각해 보면 무한 복제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가 단지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했을 뿐인데 엄청난 가치를 가진 자산이 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시작된다는 점과 남들과 차별된 소유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NFT는 분명 부가적 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NFT는 디지털 예술품에 원본을 증명하는 보증서로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NFT가 게임과 결합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NFT는 게임을 단순한 놀이가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트남의 스타트 기업인 스카이 마비스(Sky Mavis)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하여 출시한 게임인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를 들 수 있다. 엑시인피니티는 포켓몬을 연상케하는 엑시 캐릭터 NFT로 전투, 수집, 양육하는 게임으로 전투에 승리하면 'SLP'를 보상으로 얻게 되며 이를 통해 엑시를 강화할 수 있고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게임을 통해 평균적으로 한달에 300달러 정도의 수입을 만들 수 있는데 저소득 국가에서는 생계를 해결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실제로 엑시인피니티 유저의 약 40%가 필리핀에서 접속되는데 2020년 필리핀의 1인당 GDP가 3천37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엑시인피니티는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연봉 3천600달러 수준의 괜찮은 직장이다.

또 NFT가 엔터테인먼트를 만나면서 더욱 큰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위 팬덤(Fandom) 경제를 견인하는 킬러 서비스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비단 가수의 음원 판매와 같은 본원적 상품 외에도 포토 북이나 굿즈와 같은 다양한 수익원을 개발한다. NFT는 팬덤 문화의 발달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다.

한편 언론사들도 NFT 발행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남일보는 국내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창간호, 백범 김구 선생 휘호 지면, 칼럼 등을 NFT로 발행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자체 NFT 전용 플랫폼(CANVERSE)을 오픈하여 디지털 진품 보증을 통한 미술품 안심 거래 기반을 제공하고 지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등 지역 언론의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NFT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가진 디지털 자산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NFT도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이라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같이 법제도가 미비하고 저작권 이슈와 같은 논쟁의 여지가 있어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국내의 경우 게임 내 재화 및 아이템의 현금화는 사행성을 우려하여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NFT가 결합된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개정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권 편입의 길이 열리긴 했으나 구체적인 제도는 미비하여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NFT의 저작권 문제는 이미 수면위로 올라온 상태로 예술계나 문화재계에서는 당분간 논쟁이 예상된다. 최근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NFT로 발행하고 이를 온라인 경매로 판매하다가 저작권 문제로 중지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저작권이 풀린 콘텐츠라 할지라도 아무나 NFT로 제작하여 수익을 얻는다면 사회 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윤리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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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최근 대표적인 NFT 상품 중 하나인 크립토펑크 9998번이 자전거래에 의한 조작된 범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술품을 경매에 내놓아 높은 가격에 되사는 방식으로 가치를 높이는 사기 범죄가 NFT 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NFT도 발행기관의 신뢰성이 보장되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NFT가 자금 세탁, 탈세, 사기 등 새로운 범죄의 수단이 아닌 척박한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수익원이 되어 신인 예술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혁신 기술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 정비와 함께 건전한 생태계 형성을 위한 관리체계 및 지원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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